니코틴 살인사건 |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남편
꼬꼬무 2016년 니코틴 중독 살해 최초
[글 포스팅 순서]
1. 비밀의 집-니코틴 살인사건
2. 비밀의 집
3. 남편이 죽었다
4. 국내 최초 니코틴 살인사건
5. 수상한 아내
6. 공범이 나타났다?
7. 살인계획
8. 환장의 듀오
9. 무기징역 아니면 무죄
10. 니코틴 살인사건 그 후
11. 응암동 지하실 괴담 응암동 꼬꼬무 시멘트 살인사건 콘크리트 속 여인 186회
12. 강화도 연쇄 실종 사건 꼬꼬무 강화도 괴담 살인 범인 권씨 형량 이윤희 권오준 아버지 185회
13. 최배달 역도산 대결 최대발 아들 부인 장남 역도산 기무라 김일 본명 사망 꼬꼬무 184회
14. 꼬꼬무 사형수 오휘웅 사건 주정숙 공범 이야기 조갑제 박준영 변호사 재심 인천 일가족 살인사건 183회
15. 2026 볼보 XC60 가격 | XC60 하이브리드 연비 제원 신형 T8 B5 SUV
비밀의 집-니코틴 살인사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시즌3)은 '비밀의 집-니코틴 살인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 게스트로는 가수 보아, 하동균, 그룹 아스트로 멤버 산하가 출연했습니다.
비밀의 집

이건 방 3개에 화장실 2개가 있는 30평대 아파트의 내부 모형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집과 관련이 있습니다.
때는 2016년 여름. 남양주의 한 아파트입니다.
냉장고도 옮기고 장롱도 옮기고, 이사가 한창입니다.
집주인은 그해 5월에 3억 4천 5백만원을 주고 이 아파트를 구매했습니다.
상상만 해도 설레는 내 집 마련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이 집과 관련해 생각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집을 빼앗기게 된 것입니다.

"잘 살고 있는 사람한테, 그것도 부동산 통해서 정상적으로 등기부등본 떼어보고 구입을 했잖아요.
그러다가 소장 날아오고…"
-집 매수인
무려 3억 4천 5백만원을 주고 산 집이었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다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 집을 빼앗기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우리가 흔히 아는 부동산 사기 같은 게 아니였습니다.
진짜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사건과 관련 있었습니다.
"엄청 특종이었잖아요.
저희도 뉴스를 계속 봤어요.
뭐 저런 일이 다 있을까."
-집 매수인
도대체 어떤 사건이 벌어졌던 건지, 시간을 아파트 매매 한달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남편이 죽었다


2016년 4월 22일 저녁이었습니다.
한 가족이 외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가족 중 남편의 이름은 오동수(가명).
50대 초반으로 아내 송 씨, 20대 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이 남양주 아파트에 앞서 살았던 가족이었습니다.
한달 전에 이 가족이 살고 있던 것입니다.
가족 외식을 마치고 돌아온 동수 씨는,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아내에게 "안약 넣어야 하니까, 두세 시간 뒤에 깨워줘"라고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한 동수 씨.
그런데 밤 12시경, 이 집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동수 씨가, 사망한 것입니다.
안약을 넣을 시간이 다 되어 아내가 깨웠는데,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아내한테 물었습니다.
"깨어도 안 일어나길래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자세히 보니까 숨을 안 쉬는 거예요."
-아내 송 씨
시신은 자는 것처럼 곱게 누운 상태였습니다.
"시신에서 시체 굳음은 없었고, 양쪽 안구에서는 특이 일혈점(출혈로 생기는 점)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기도부와 목에서 특이점이 관찰되지 않았고, 구강 및 기타 시신 전신에서 특이 외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시체 검안서 中
사망 현장인 작은 방에서는 별다른 이상한 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망 원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건강 이상?
동수 씨는 평소에 등산도 많이 하고 자전거도 즐겨 타며,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수 씨 20년 지기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형님께서 과격하게 운동이나 과격한 행동이나, 술을 많이 먹는다든가, 절대 그런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또 건강했던 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고,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했죠."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그럼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닐까요?
우선 사망 현장은 물론, 컴퓨터, 휴대폰 등 어느 곳에서도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0년지기 용호 씨를 포함한 직장 동료들은 평소 동수 씨에게서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망 원인은 뭘까요?
외관상에 별다른 특이한 점이 없었고, 의사가 작성한 시체검안서의 사망 원인은 '미상'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부검을 해야할까요?

"일반 변사는 무조건 거의 대부분 부검을 합니다.
왜냐하면 검사가 나와도 눈으로는 잘 모르니까. 부검을 해서 그 결과가 타살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강력팀으로 사건을 넘깁니다."
-황홍락,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경찰이 아내에게 부검을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의 시신을 훼손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습니다.
경찰은 계속 설득했고, 설득 끝에 부검이 진행됐습니다.
"간, 콩팥 등의 장기에서 울혈이 관찰되고, 심장 관상 동맥이 심하게 막혀 있었으며 체내의 혈액이 검붉고 응고 상태 등으로 보아, 변사자의 사망 원인은 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추정된다."
-부검 결과 中
허혈성 심장질환은, 가장 흔한 급성 심장질환입니다.
협심증, 급성심근경색 등이 여기에 해당됐습니다.
그럼, 사인은 병사인 걸까요?
그런데, 당시 부검의가 아주 중요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소견은 독극물에 의해 사망한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추후 약·독물 검사를 시행하여야 정확한 사인이 확인된다."
바로 독극물 검사가 진행됐습니다.

"이 변사자를 부검한 결과로는 수면제가 거의 중독 수준으로 나와 있고, 알코올, 그 다음에 니코틴이 치사량이 나왔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니코틴이 치사량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만약 동수 씨가 니코틴 중독에 의해 살해된 거라면, 이건 국내 최초의 니코틴 살인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국내 최초 니코틴 살인사건
동수 씨 몸에서 니코틴이 발견된 원인이 뭐 일까요? 담배 때문일까요?

"형님이 담배도 안 피우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랑 많이 어울리는 것도 아니지.
그러니까 니코틴이 절대로 형님 몸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더군다나 니코틴이라는 독극물로 사망했다는 건 당연히 타살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건강검진에서 니코틴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신 속 니코틴의 혈중 농도는 리터당 1.95mg이었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흡연으로 나올 수가 없는 높은 수치라고 하니다.
즉, 직접 몸에 니코틴이 투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동수 씨가 사망한 날 외식을 했다고 했지요?
혹시 집에 오기 전에, 집 밖에서 니코틴이 몸 속에 투여됐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일정 수준의 니코틴이 사람 몸에 들어갈 경우, 빠르면 몇 분 이내에 몸에 이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메스꺼움, 경련,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동수 씨의 모습에선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습니다.
그럼 니코틴의 투여 시점이 귀가 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저녁 7시 30분, 세 명의 가족이 집에 들어온 후, 혹시 누가 침입한 걸까요?
아니면, 누가 먼저 들어와 있던가요?
이 아파트는 공동현관을 출입할 때, 보안카드를 사용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에는 CCTV가 있었습니다.
그럼, 누군가가 여기에 잡혔을까여?
아니. 외부인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제 3자의 침입은 없었습니다.
그 집에 있던 사람들은 그 당시에 3명 밖에 없었는데.
한 분은 돌아가셨고, 그 다음에 아내,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는 딸.
이 세 명 밖에 없었어요."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딸은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그 후 오른쪽 팔다리의 움직임이 불편하고, 지적 능력이 7~8세에 그쳤다고 합니다.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요.
그렇다면 범인은, 아내인 걸까요?
"그러면 이제 아내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아내를 용의 선상에 올려놨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자러 들어간 사람을 깨우려는데 숨을 안 쉬었습니다.
그럼 보통 어떻게 할까요?
112, 혹은 119에 전화를 걸겠지요.
그런데, 아내가 전화를 건 곳은 둘 다 아니었습니다.

"빨리 119에 연락하든지, 아니면 주변 가족들한테 연락을 하든지.
이런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식을 뛰어 넘어요.
이상한 행동을 해요.
남편이 죽었는데, 바로 상조회사에 전화를 해버립니다.
저희 생각으로는 남편의 시신을 빨리 없애려고. 인멸하기 위해서 바로 119나 112에 신고 안 하고 상조회사에 연락한 걸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게다가 경찰의 촉을 건드리는 찜찜한 게 있었습니다.

"아내가 보통의 사람과는 좀 달랐죠. 약간 여유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죠.
되게 슬퍼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황홍락,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수상한 아내
CCTV도 목격자도 없는 집 안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수사가 시작될 때 꼭 파악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요?
범행의 동기입니다.
아내가 범인이라면, 남편을 살해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먼저 둘의 관계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2010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재혼을 한 사이였습니다.
40대 중반까지 미혼이었던 동수 씨가, 딸 둘이 있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 것입니다.
함께 사는 딸이 첫째 딸이고, 둘째 딸은 해외에서 어학연수 중이었습니다.
슈퍼에 들리면 항상 딸한테 주겠다며, 아이스크림을 사가던 그런 아빠였다고 합니다.
당시 아내는 남편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 애들한테 엄청 잘해줬어요.
우리 작은 딸 대학 보냈지, 우리 큰 애 재활하라고 하는 거 다 카드를 줬지.
은인이에요. 은인."
-아내 송 씨
게다가 동수 씨 집은 남양주인데, 회사는 천안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는 아내가 있는 남양주로 갔다고 합니다.
주말 부부였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양주 집에 다녀온 동수 씨가 20년지기 용호 씨에게 전한 말이 있었습니다.

"형님이 이상하게 집에만 갔다 오면 저한테 '나 또 미친 짓하고 왔다' 그래서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물으면.
'내가 어제 아내한테 고기를 사주고 돈을 100만 원을 주고.
맨날 나한테 돈만 달라 그러고, 맨날 뭐 하는데 돈 필요하다, 맨날 돈만 원하는데.
약 300여 만원을 매월 갖다 줘도, 돈 없다고, 돈 적다는 소리를 맨날 듣고…"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주말에 집에 가면 듣는 소리는, 늘 '돈' 뿐이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동수 씨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집에 갔더니 아내가 삼겹살 한 상을 차려놨더라고.
같이 맥주도 한 잔 했어."
용호 씨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고 합니다.
보통 동수 씨가 주말에 집에 가도, 아내가 집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집밥을 먹은 동수 씨에게, 아내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여보 돈 좀 주고 가.
한 300만원 필요한데, 줄 수 있지?"
딸들의 유학비와 치료비를 감당했던 동수 씨.
동수 씨에겐 아파트 두 채와 현금, 총 8억 원 상당의 재산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수 씨 월급은 300만원 정도였는데, 단순 계산하면 1년에 3천 6백만 원씩 월급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20년을 넘게 모아야, 8억 원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남양주의 그 아파트, 그리고 천안에 아파트 하나를 형님이 장만하셨더라고요.
재산이 마지막에 약 10억 원 정도가 있었다고 저는 들었는데.
그 정도면 편안하게 뭐든지 먹을 수 있는 그런 분이었는데.
항상 칼국수 정도로 오천 원 내외, 그 정도만 드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친한 형님의 결혼 생활을 들은 용호 씨가, 몇 번이나 동수 씨에게 한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형님께 여러 번에 걸쳐서, 결혼하시라, 혼인신고하시라, 또 천안 와서 같이 사시라, 이 얘기를 여러 번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형님께선 '용호야, (아내가) 결혼하기 싫대'. 아니면 '천안이 싫대', '천안 와서 살자고 해도 안 살고, 혼인신고 하자고 해도 안 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혼인신고를 거절하는 아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수 씨가 가정을 계속 유지했던 이유는 뭘까요?
"형님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완전히 (남양주의) 집이 형님께서 안 가시면 그냥 그 집은 빈집이었는데, 형수가 들어와 살면서, 일주일간은 그래도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거라도 하게 되면 돈이라도 기꺼이 주겠다는,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 혹시나 자기를 따뜻하게 감싸줄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거 같습니다."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친형제 같이 지내던 형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었을까요?
그런데 용호 씨는, 이런 형님의 죽음에 제대로 애도를 표할 수도 없었습니다.

"20여 년간을 그렇게 친하게 지낸 그런 분이었는데, 한 번 가시는 뒷모습이나 아니면 장례식장에서 모시는 그런 걸 하나도 못했으니까.
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너무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형수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동수 씨 사망 후 아내가 회사에 전화를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퇴직금 문의를 하려 통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월요일에 회사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형수가 전화를 해서 퇴직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월요일에 전화가 온 거예요 회사로."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더 놀라운 건, 이런 상황이 벌어진 시점이었습니다.
아내의 타임라인이 굉장히 소름 돋았습니다.
동수 씨의 사망일은 4월 22일 금요일이었습니다.
부검은 3일 뒤, 4월 25일 오전에 진행됐고.
아내가 회사에 퇴직금 문의를 한 날, 부검 당일인 4월 25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을 진행한 날도, 4월 25일이었습니다.
퇴직금 문의, 부검, 시신 인계, 화장까지.
그 모든 일이 4월 25일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어때요?
아내가 범인인 거 같나요?
심증은 100%지요.
그럼 물증은?
범행을 밝히기 위해서는 무조건 증거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도, CCTV도 없었습니다.
형사들이 아내의 통화 내역, 계좌 내역, 카드 내역을 샅샅이 살피고 탐문 수사도 벌였지만, 아내에게선 니코틴에 관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니코틴을 확보한 정황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 수사가 특히 힘든 이유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사건 니코틴 중독사라는 사건을 저희가 재배당받고 나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과연 어떻게 니코틴을 구입을 하고 활용을 했을까.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저희가 다 검색을 합니다.
근데 국내에 자료가 없더라고요.
아는 사람도 없고.
주변에 교수님들한테 물어봐도 논문도 없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니코틴 그러면 담배, 전자담배 이건데.
관련해서 전자담배 파는 업소를 다 확인해 봐도 이걸로는 사망하고는 연관이 안 되고.
그래서 안 보던 만화도 본 적 있고, 추리 소설도 읽고, 또 영화도 우연히 본 게 니코틴으로 살해하는 방법이 나오더라고요.
'아 이거 가능하겠구나'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을 했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범죄는 진화하고, 그걸 해결하려면 형사들도 연구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형사들이 그렇게 밤낮없이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바쁜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아내 송 씨였습니다.
아내는 또 한 번 소름 돋는 타임라인을 보여주었습니다.

4월 22일 남편의 사망일.
그리고 4월 25일 남편 회사에 퇴직금 문의를 하고 같은 날 시신을 화장했습니다.
그리고 4월 29일 사망신고를 했습니다.
5월 3일에, 남편과 살던 아파트의 가구를 비롯해 모든 물건들을 폐기 처분했습니다.
불과 보름도 안돼 남편과의 흔적을 싹 지워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5월 9일 남편 명의의 자동차를 자신에게 이전하고, 예금도 해지해서 무려 2억 2천 만원을 수령했습니다.
5월 10일엔 아파트 소유권을 본인에게 돌렸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였습니다.
5월 11일, 보험해지 환급금을 수령했습니다.
다음날에는, 또 다른 보험사에 사망 보험금 5천 7백만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5월 18일에는 남편과 살던 아파트를, 3억 4천 5백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이 모든 일을 하는데, 채 한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끝이 아니였습니다.
재산 정리에 바쁜 아내가, 5월 10일에 향한 곳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천안에 있는 남편의 회사.
미리 문의했던 퇴직금을 신청하기 위해 방문한 것입니다.
아내의 행적을 추적하던 형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여 회사로 찾아갔습니다.
퇴직금을 받으러 왔던 아내에 대해 물었습니다.
경비원의 대답을 듣던 형사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회사에 방문해서 직장 동료들 조사하고 있는 와중에, 이상한 이야기가 좀, 납득하기 힘든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됐는데 퇴직금 처리를 하기 위해 아내분이 왔다는 거예요.
차를 끌고 왔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저희가 CCTV를 확인했죠.
차에는 웬 불상의 남자가 하나 있는 거예요.
다른 제 3의 남자가 있었던 것이 확인이 돼요."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공범이 나타났다?
제 3의 남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CCTV영상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 한대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조수석에서 내렸는데, 운전석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형사들은 급히 그 남자의 정체 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가 자주 나타났던 장소를 파악했습니다.
그곳은, 부부가 살던 아파트에서 15분 떨어져 있는, 아내가 따로 임대한 또 다른 아파트였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오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는, 주로 그 아파트에서 생활했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이중생활.
그리고 제3의 남자가 그 곳에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했습니다.
주민들이 부부라고 오해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가족으로 보였죠.
당연히 엄마랑 아빠랑 딸, 그냥 평범한 가족 모습이었어요."
-아파트 동네 주민
"근처 주민들이 서로 부부인 줄 알고 있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한 집에 한 달에 20일 이상 같이 있으면, 누가 봐도 부부 아닙니까?"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경찰은 아내 송 씨와 제 3의 남자 황 씨를 내연 관계로 봤습니다.
그럼 두 사람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들은 내연 관계가 아니고,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일 뿐이라고 부인했습니다.
형사들은 곧바로 그 내연남 황 씨에 대한 수사를 들어갔습니다.
공범일 수도 있으니까요.
황 씨의 행적을 조사하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지 몰랐습니다.
아내 송 씨가 남편 사망 직후, 상조회사에 전화 했었다고 했지요?
당시 아내는 상조회사 번호를 휴대폰으로 찾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휴대폰에선 검색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내연남 황 씨가 알려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조 회사의 번호는, 황 씨가 동수 씨 사망 한달 전에 미리 저장해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가구를 급히 처분했다고 했지요?
그 폐기물 견적을 내고 폐기 업체를 부른 사람 역시 황 씨였습니다.
게다가 아내 송 씨가 현금 1억 5백만 원을 황 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아내는 사업자금 명목이었다고 주장했는데, 마침 그 후, 황 씨의 대출금이 변제된 것입니다.
그 금액이 정확히 1억 5백만 원이었습니다.
형사들은 황 씨를 비롯해, 황 씨의 가족까지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또 수상한 금액이 확인됐습니다.
이번엔 1만 8천 원.
황 씨 아버지의 계좌 내역 중에, 1만 8천원 정도를 어딘가에 송금한 내역이 있었습니다.
형사들은 수많은 자료를 비교하며 조사하던 중, 1만 8천원이 송금된 바로 그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황 씨가 통화한 기록이 있는데, 번호가 032로 시작하는 유선 전화였습니다.
형사들은, 요즘에 유선전화로 통화할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유선 전화 지금 하는 데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유선 전화를 한 번 확인합니다.
전화를 해보고, 저희는 진짜 등에서 전율을 느꼈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인천 세관이었습니다.

"(인천 세관이라고) 딱 듣는 순간, 이거 해외에서 구입했구나 싶었죠.
'1만 8천 얼마는 뭡니까?' 물으니 '세액입니다' 해서 '어떤 세액입니까?' 라고 하니까 '퓨어 니코틴을 구입했을 때 금액입니다'라는 게 확인이 됐어요. 등에서 식은땀 한 번 쫙 흘리고, 전화기 수화기 놓고, '잡았다 가자'"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형사들은 바로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운송장을 확인했습니다.
니코틴 원액은 황 씨 아버지 이름으로 주문됐고, 배송지는 아내 송 씨가 따로 입대했던 아파트였습니다.
니코틴 원액을 받은 사람은, 바로 황 씨였습니다.
받은 날짜는, 동수 씨 사망 일주일 전.
아내 송 씨와 내연남 황 씨의 공범 가능성, 이제 100%로 봐도 되겠지요?
살인계획
더 소름 돋는 타임라인이 있습니다.
아내와 내연남의 행적입니다.

먼저 아내의 행적을 보면, 남편의 몸에서 수면제도 나왔지요?
아내 송 씨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수면제를 처방 받았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약의 양을 늘려서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기간, 내연남 황 씨는 뭘 했을까요?
황 씨의 검색 기록을 보면, '살인사건', '살인기술 모음', '살인하는 방법', '소유권이전등기', '상조 홈페이지' 등, 사건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검색 기록입니다.
4월 10일에 니코틴 구매 방법을 검색하고, 12일에 구매해서, 15일에 배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4월 22일에 동수 씨가 사망했습니다.
두 사람은 5개월 전부터 살해 계획을 짜고 준비 작업에 들어간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직 놀라긴 일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믿기 힘든 사실이 있어. 아내 송 씨와 동수 씨가 혼인 신고가 되어 있었다는 거야. 가정을 꾸린 지 5년 동안 하지 않았던 혼인 신고를, 사망 2개월 전에 한 거야. 바로 '상속' 때문에.
동수 씨와 아내는, 오래 동거한 사실혼 관계였습니다.
사실혼 관계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긴 합니다.
헤어질 때 위자료 청구 및 재산분할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혼 기간 중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은 불가합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했기에, 상속이 아내한테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혼인신고, 남편이 동의한 걸까요?
혼인 신고에 관해, 20년 지기 용호 씨가 동수 씨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형님께서 어느 날인가부터 형수가 혼인신고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형님께서는 그 전에 형님이 원했을 때 한번도 혼인신고를 하자고 안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해 계속 보류를 했다고 합니다."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저희는 수사를 하다 보면, 혼인관계서 다 확인을 합니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한 겁니다."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우선 혼인신고를 할 때 동수 씨가 직접 가지 않았습니다.
상대 신분증 지참시 혼인신고는 가능하지만, 같이 가지 않았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같이 살다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혼인하고 싶다, 이러면 보통 같이 가지 않나요?
하루 같이 가서 한다든가 이럴 수 있잖아요."
-황홍락,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더 이상한 점, 혼인신고 할 때 증인의 서명이 필요하잖아요?
그 증인이 바로, 황 씨였습니다.
심지어 혼인신고를 하는 그 순간에도, 아내 송 씨와 내연남 황 씨는 함께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아내의 말에 따르면, 혼인신고서 만큼은 동수 씨랑 함께 작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혼인신고서 어디에도, 동수 씨의 필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송 씨하고 황 씨가 혼인신고서를 가짜로 만들어서 제출하고, 죽은 사람은 그걸 모르고 있다가 사망한 거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혼인신고 2개월 뒤 남편이 사망하고, 유일한 상속인인 아내 송 씨가 그 모든 재산을 받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 사건이,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직접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니코틴 구매 내역, 니코틴 치사량 검색 기록, 수면제를 처방 받고 허위 혼인신고한 정황까지도 모두 간접 증거라는 것입니다.
목격자나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혹은 지문이나 DNA가 묻은 흉기 등 이런 직접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집 안에서 니코틴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기에, 그래서 형사들은 이 범행의 퍼즐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간접 증거들을 촘촘히 모았습니다.
"직접 증거가 없는 모든 사건은 담당이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직접 증거가 없으니 무죄' 이렇게 해버리면 끝나는 거거든요."
-황홍락,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그러면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모아서 간접 증거를 확보해서, '얘가 범인인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환장의 듀오
형사들은 모든 것을 낱낱이 살펴봤습니다.
무려 4개월 동안이나.
그러던 중, 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이종훈 형사가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아내 송 씨였습니다.
송 씨는 따지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출국금지라니.
제가 왜 출국금지죠? 이거 당장 풀어요.
당신 가만 안 둬."
경찰이 송 씨에게 출국금지를 해놨는데, 그걸 알게 된 송 씨가 따지려고 전화한 거였습니다.
형사는 여유롭게 대답했습니다.
"아 예, 지금 집에 계시면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조사할 게 있으면 집으로 오라는 송 씨의 말에 형사들은 바로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송 씨를 그 자리에서 체포했습니다.
체포영장을 들고 찾아갔던 것입니다.

"저희가 영장을 갖고 갔죠. 왜냐면, '아 내가 수사 선상에 올랐구나' 하고 생각해서 잠적할 수도 있고 증거 인멸할 수도 있고. 그래서 저희가 바로 주거지에 가서 체포하게 됐습니다."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당당하던 아내 송 씨가 했던 첫번째 얘기는, "변호사한테 연락하겠다"는 거였습니다.
형사들은 압수했던 휴대폰을 일부러 줬습니다.
"휴대폰을 저희가 압수했는데, 일부러 줬습니다.
변호사에게 통화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하고 통화를 하는지.
전화를 딱 주자마자, 황 씨에게 바로 문자를 보내요."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당시 송 씨는 황 씨에게 어떤 연락을 했을까?

그리고 황 씨에게서 또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될 수 있으면 묵비권을 하고 개인적인 것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고.
변호사 선임해서 답변하겠다고 해.
될 수 있으면 만을 두루뭉술 짧게 하고."
경찰들은 곧바로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집에서는, 아내와 동수 씨의 결혼반지.
현찰로 2억원 상당의 중국 돈이 발견됐습니다.


"중국 돈 이만큼 해가지고 고무줄에 묶여 있는 거예요.
이게 한화로 한 2억 원 정도. '이 돈 뭐냐' 했더니, 자기는 이 사업을 하기 위해 돈을 미리 찾아놨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결국 아내 송 씨는 체포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내연남 황 씨.
그는 어디 있을까요?
황 씨는 지금, 필리핀에 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잡으러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인천국제공항에 황 씨가 나타났습니다.
자기 발로 한국에 들어온 것입니다.
왜 스스로 귀국한 걸까요?
형사들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송 씨가 자백을 해버리면 황 씨까지 같이 나오기 때문에.
송 씨가 모든 걸 다 얘기해 버릴까봐.
황 씨가 그걸 입막음 하기 위해서.
내연 관계에서 신의는 없죠."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드디어 4개월 간의 수사 끝에, 송 씨와 황 씨 둘 다 체포됐습니다.
범행에 대해 두 사람은, 뭐라고 말했을까요?
지금부터 두 사람이 어떤 진술을 하는지 보겠습니다.
우선 남편이 사망했는데, 상조회사에 먼저 연락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내: 당장 119가 안 떠올랐어요.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상조회사만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어떡해요.
형사: 아, 상조 회사 밖에 안 떠올랐군요. 그러면 혼인신고는 남편도 동의하신 건가요?
아내: 그러니까 2016년 2월 28일에 남편이랑 같이 작성했어요. 정확히 기억나요.
형사: 아, 같이 작성하신 거나, 네 알겠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보고, 답하면 그냥 알겠다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형사들이 찾아낸 간접 증거가 많잖아요?
반박하거나 추궁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에는 이들이 처음부터 아예 부인을 하기 때문에, 증거를 우리가 보여주면 이걸 얘기했을 때, 미리 그걸 알고 법정에서 말을 바꿀 수 있으니까.
저희가 받은 증거자료는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부인하면 부인한 대로 그대로 받아서, 저희가 확보한 증거를 갖고 전부 반박하는 겁니다."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일종의 수사 전략인 것입니다.
어떤 거짓말과 변명을 하는지, 잠자코 진술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리고 찾아낸 증거들로 그 오류를 집어내는 것입니다.
이번엔 황 씨 차례였습니다.
이 때 형사들은 큰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형사: 니코틴 원액은 왜 구입한 건가요?
황 씨: 당연히 전자담배 피우려고 샀죠. 생수에다가 원액 섞어서 내가 한 달 동안 피웠어요.
이 부분에서 형사들의 웃음이 터졌습니다.
니코틴 원액을 물에 희석하면, 애초에 흡연 자체가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글리세린 등의 용액에 희석해야 흡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퓨어 니코틴을 물에 섞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전부 빵 터져서.
근데 저희는 오픈을 안하죠.
'아 그런가, 물로 희석해서 당신은 전자담배를 피웠군요' 이렇게 말하지."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경찰 조사에서 송 씨는, 남편이 자신의 은인인데 죽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고, 황 씨는 구매한 니코틴을 살해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가지 간접 증거나 정황 증거들이 너무 많고 너무 명확해서.
극단적인 표현을 하면,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 중에 죽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거지."
-황홍락,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
국내 최초의 니코틴 살인 사건.
이제 심판만이 남았습니다.
무기징역 아니면 무죄
재판이 시작되자 법조인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직접 증거가 없어서, "무기징역 아니면 무죄"라고.
그만큼 어렵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판결문에 적힌 피고인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첫번째, 불상의 범행 방법.
부검 당시 피해자의 몸에는 주사 자국도, 니코틴 패치를 붙인 흔적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화상.
만약 니코틴 원액을 마시게 했다면, 입안과 식도에 화상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니코틴을 투여하면, 구토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동수 씨에게선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반박해야 했습니다.
검찰은 어떻게 맞섰을까요?
화상이나 구토가 없어도, 치사량의 니코틴이 투여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투입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법의학 권위자, 이정빈 교수였습니다.
수많은 사건을 맡아 온 이정빈 교수도, 이번 사건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니코틴 살인에 대한 문헌, 실험 등 기초가 될 자료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니코틴을 어느 정도 먹어야 죽느냐, 그렇게 먹을 수 있느냐, 먹일 수 있느냐.
이게 이제 문제가 되더라고요."
-이정빈, 법의학자
첫번째, 니코틴을 투여한 방법.
교수님은 어떻게 알아내셨을까요?
이 교수님이, 그 니코틴을 직접 먹어 봤다고 합니다.

"원액을 냄새를 맡아봤는데, 독하면 못 먹을 텐데 냄새가 없어요.
그래서 이쑤시개로 딱 대고 입에다 대본 겁니다.
그래서 이제 얻은 게 뭐냐?
처음에 순간적으로는 뭐 댔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10초쯤 지나니까, 막 불이 나는 것 같아 혓바닥에.
한 20분쯤 지나니까 침이 저절로 질질 흘러."
-이정빈, 법의학자
교수님은 희석한 니코틴을 아주 살짝 먹어 보고도 얼마나 자극적인지 알게 됐습니다.
니코틴을 모르게 먹이는 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니코틴을 먹인 거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부검 당시 수면제의 혈중 농도는 리터당 0.41mg 이었습니다.
그럼 니코틴보다 수면제를 먼저 먹었다면?

"적어도 수면제를 니코틴보다 먼저 먹었다.
수면제의 혈중 농도가 0.41mg/L 라는 건 어느 정도냐.
의식이 왔다갔다 하는데, 남이 뭘 주면 의식이 혼미해서 그냥 먹을 정도는 된다는 거예요.
니코틴을 녹여서 줬으면 그대로 마셨을 거다."
-이정빈, 법의학자
피고인 측은 시신에 화상 흔적이 없다는 것도 지적했지요?
판결문에 적힌 반박 내용입니다.
"법의학자는 원심 법정에서 니코틴을 자살 목적으로 음용하고 사망한 사건들에서 입가에 아무것도 없고 식도도 괜찮고 위 점막도 괜찮았던 사례도 두 건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니코틴 원액은 약한 염기성으로 일반적 화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다만 자극에 의한 염증이나 부어오를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조차도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사례를 통해 보여준 것입니다.
피고인 측의 마지막 주장, 구토 흔적이 없다는 점.
이정빈 교수는 실험을 통해 니코틴을 투여했을 때 반응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구역질은 니코틴이 가서 흡수가 돼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시작하면 그때 토하는 게 나온다, 그게 한 20~30분 걸린다는 거예요. 중추신경계까지 가는데. 니코틴 양을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냐하면, 구역질이 나오기 전 30분 전에 독성이 와요. 호흡 마비가 와요. 그러면 게워내기도 전에 사망하는 거예요."
-이정빈, 법의학자
결국 니코틴이 투여됐다고 반드시 구토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피고인 측의 주장을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이제 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주장이 다 뒤집혔습니다.
그럼 송 씨와 황 씨는 여전히 범행을 부인할까요?
당시 그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저 사람들은 일말의 죄책감이나 미안함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담담하게 와서 재판장에 앉더라고요.
그냥 고개 뻣뻣하게 들고 자기 집 안방 들어오듯이 들어오는 건가.
'저 사람들 대체 뭐야. 자기네들이 이 재판에 피고인으로 와 있는 사람들 아냐?' 생각할 정도로 이 사람들은 담담한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대단하게 보였어요 그 행동들이."
-최용호, 동수 씨 20년 지기
심지어 송 씨는 "남편 살해 혐의 인정하냐", "내연남과 공모한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어떤 XX이 그래?"
또 "왜 살해했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봤냐?"
마지막으로 "남편한테 미안하지 않냐" 하자 이번엔 욕설까지 날렸습니다.

"XX하고 자빠졌네 XX"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송 씨.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아내와 내연남.
과연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1심 선고를 한시간 반을 했거든요.
한 시간 반 동안 선고문을 쭉 읽어주는데.
처음에 범죄사실하고 관련된 피고인 측 주장 부분할 때, '아 이거 무죄 나는 거 아니야?'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종훈, 당시 남양주경찰서 형사
형사의 걱정과 달리,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사건 살인 범행은 피고인들이 피해자 몰래 내연 관계를 맺은 후 피해자를 살해하여 그 재산을 가로채기로 공모하고, 미리 피해자와 피고인 송 씨 사이에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수면제가 투여되어 무방비 상태에 있는 피해자에게 니코틴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그 범행 동기가 극히 비열하고 그 결과도 매우 중대하다.
그럼에도 피고인 송 씨는, 피고인 황 씨는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하여 일말의 후회나 반성의 태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게 평생 참회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각 무기징역으로 정한다."
-판결문 中
재판부는 방법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니코틴이 피해자에게 투여가 됐고, 그 때문에 피해자가 살해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와 상고가 있었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습니다.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객관적 직접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피고인만 알고 있거나 감추고 있는 범행 전후의 연결고리를 빠짐없이 증명하라 요구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치중한 나머지 형벌권의 정당한 행사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역시 중요했습니다.
니코틴 살인사건 그 후
니코틴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2017년에 안전기준이 강화됐습니다.
이제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니코틴은 농도 1% 미만의 액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종종 불법구매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니 좀 더 철저한 단속이 필요했습니다.
국내 최초 니코틴 살인사건은 끝났지만, 새롭게 시작된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초반 얘기했던, 그 아파트 문제였습니다.
3억 원을 주고 산 아파트가 하루 아침에 날아갔습니다.
허위 혼인신고로 인해 아내 송 씨의 상속권이 박탈됐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송 씨에게 집을 샀던 매수인은, 새로운 상속인에게 집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돈은, 무기징역을 받은 아내 송 씨에게서 받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어느 누가 믿고 집을 사며,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등기부등본 떼어보고 사는 것 밖에 없잖아요.
우리가 계약했을 때 만났던 그 여자가 살인자라는 걸 그때 안 거죠. 소름 끼칠 정도로."
-집 매수인
그리고 직장 동료 얘기에 따르면, 동수 씨가 사망한 날이, 아내 송 씨를 처음 만난지 6년, 함께 산 지는 5년 된 즈음이라 합니다.
동수 씨는 그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가족을 위한 계획을 짜는 동안,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 계획을 내연남과 함께 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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