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꼬꼬무 강영민 살인 설계자 이은해 계곡살인 사건 범인 형량 근황 155회 시즌3 재방송

충격대예언 2024. 12. 20. 20:10

꼬꼬무 강영민 살인 설계자 이은해 계곡살인 범인 형량 근황 
155회 시즌3 재방송

[글 포스팅 순서]

1. 살인 설계자
2. 신혼부부에게 생긴 일
3. 수상한 결혼
4. 계곡살인 이은해와의 평행이론
5. 제3의 인물
6. 두 개의 유서, 하나의 시신
7. 의문의 교통사고
8. 인쇄소 화재 사고
9. 강영민을 잡아라
10. 줄줄이 나오는 공범들
11. 섬뜩한 진실
12. 소리 없는 대재앙

13. 미확인 비행물체 UFO 꼬꼬무 가평 UFO 로스웰사건 미스터리 비행체 시즌3 재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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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꼬꼬무 죽음의 골짜기 대전 골령골 대전형무소 학살 사건 보도연맹 사건 150회 시즌3
18. 꼬꼬무 유영철 아들 쌍둥이 여동생 사형수 사형 집행 근황 사건내용 가족 출소 149회 시즌3
19. 야구선수 곽도규 프로필 나이 연봉 이의리 집 나혼자산다 나혼산 기아

살인 설계자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시즌3) '살인 설계자'라는 부제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의 그날을 추적했습니다.

이야기 친구 게스트로는 배우 주현영, 임주환, 슈퍼주니어 신동이 출연했습니다.

신혼부부에게 생긴 일

때는 1999년 10월, 대전의 어느 가정집입니다.
수연 씨는 남편 경태 씨를 기다리며 맛있는 저녁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둘은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혼부부였습니다.
경태 씨는 인쇄소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누가 신혼 아니랄까 근무 중에도 전화기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아내와 통화를 했습니다.

아내 수연 씨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교쟁이였습니다.
나이도 경태 씨보다 무려 11살이나 어렸습니다.
수연 씨가 스물셋, 경태 씨는 서른넷이었습니다.
지인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했습니다.
그런 경태 씨를 보며 주변에선 하나같이 신기해했습니다.
이제껏 경태 씨가 연애하는 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 씨는 경찰로부터 충격적인 전화를 받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경찰한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그 당시에 1999년 11월 초순경쯤 되는데, 아침에 이제 도로변에 안내면 인포리라고.
그쪽에 '차량 안에 사람이 죽어 있다'고. 대청호 주변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아침에 철수하면서 주변에 있는 차량에서 그 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차량이 경차인데 차적 조회하니까 변사자 신원이 특정되고 수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남편 경태 씨가 차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것입니다.
평소 경태 씨는 낚시가 취미였는데 나흘 전, 밤낚시를 간다며 집을 나선 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합니다.
걱정이 된 수연 씨는 시댁, 인쇄소 동료들, 친구들까지 남편이 갈 만한 곳은 죄다 전화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다들 별일 있겠냐,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보를 듣게 된 것입니다.

대체 경태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게 당시 현장 사진들입니다.

차량은 충북 옥천의 한 낚시터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사이드미러는 부서져 있었고, 경태 씨는 운전석에서 조수석을 향해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습니다.
신발은 한 짝만 벗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없었습니다.
바로 차 키.
운전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차 키가 꽂혀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경태 씨가 항상 목에 걸고 다니던 휴대폰, 그리고 지갑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조수석 손잡이와 뒷좌석에서 경태 씨의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이건 누군가 피를 흘린 경태 씨를 뒷좌석에 태우고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걸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이것입니다.

"안에 사체가 보니까 조수석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이제 시반이. 시반이라고 하는 거는 사람이 누워 있으면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게 돼 있습니다.
시반이 이제 오른쪽으로 누워 있으면 오른쪽에 있어야 되는데, 왼쪽으로 시반이 형성돼 있어 가지고, 이거는 타살이다..."

-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한동안 왼쪽으로 눕혀 놨던 시신을 이곳에 옮기면서 오른쪽으로 눕힌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대체 누가 왜, 경태 씨를 살해한 걸까요?

형사들은 낚시를 왔다가 근처에서 강도 살인을 당한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선 경태 씨의 지문 외에 다른 사람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CCTV, 블랙박스도 흔치 않던 시대였습니다.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범인을 특정할 증거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 피해자 경태 씨의 시신엔 뭔가 남아있었을까요? 
형사들은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사인불명'.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상한 결혼

형사들은 경태 씨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이 있는지, 누구랑 갈등을 빚은 적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주변 인물을 탐문하니까 '이 사람들이 결혼할 정도의 그게 아닌데'라며 결혼한 걸 자꾸 의심을 해요.
가끔 '야 너 부부관계 했어?' 이렇게 물으니까 '하지 않았다'라고…
탐문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거는 뭔가 있다..."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형사들은 경태 씨의 형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갑자기 혼인신고부터 할 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수씨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도 모르거든요."

-피해자 임경태의 형

알고 보니 상견례나 결혼식도 없었고, 만난 지 서너 달 만에 혼인신고만 한 채 동거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때요? 뭔가 좀 의심스럽지요?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고, 무엇보다 결혼 한 달 만에 남편을 잃은 새신부였습니다.
주변의 말만 듣고 섣불리 용의선상에 올릴 순 없었습니다.
조사할 명분이 필요했던 형사들은, '이것'부터 확인해 보기로 해. 바로 '보험'입니다.

"제가 경찰 수사관을 한 4년 했었습니다.
96년도부터 이제 보험범죄 쪽으로 하게 됐죠.
옥천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제가 그거를 조사를 했었죠.
보험 조회를 해보니까 한 6개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게 의심스러운 거예요 남자분이.
근데 이제 실질적으로 둘이 해서, 그 수입에 비해서 3분의 1 이상이 보험료로 들어간다는 거는 의심의 여지가 많은 거죠."

-박한석, 당시 S생명 보험조사관

이분이 우리나라 보험범죄 조사관 1호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어때요?
자, 이걸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날짜는 10월 2일입니다.
토요일입니다.
이때는 주5일제 시행 전이라, 토요일에도 관공서 다 열고, 학교 가고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혼인신고 약 보름 후부터 두 사람은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 수연 씨는 당장 그 주부터 2주에 걸쳐 남편 경태 씨 앞으로 6개의 생명보험을 가입했습니다.
그 며칠 후 남편이 사라졌고,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혼인신고부터 남편 사망까지, 한 달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상속자가 받게 되는 보험금이 최대 9억 원이었습니다.
1999년에 9억 원이면 어느 정도 금액일까요?
당시 대전에 있는 아파트 한 채 값이 약 5천만 원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단 것입니다.

보험은 보통 갑자기 큰일이 나와 가족에게 닥쳤을 때 도움을 받으려고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손해보험 위주로 드는데, 경태 씨네는 생명보험의 비중이 너무 큰 것입니다.
게다가 보험료로 경태 씨 월급의 3분의 1을 냈습니다.
이 정도면 아내 수연 씨가 좀 수상하지요?

형사들은 수연 씨를 참고인 조사로 불렀습니다.
보험에 대해 물으니 수연 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혼 초에 다들 보험 들잖아요?
남편 것만 든 게 아니라, 저도 똑같이 들었는데..
지금 저 의심하시는 거예요?"

이런 아내의 말, 과연 사실이었을까요?

"그 부인도 보험이 많이 들어 있더라고요.
이럴 경우는 보통 사망자만 많이 들고 그 부인은 보험이 평상시에 그냥 기본적으로 드는 걸로만 들어 있어야 되는데, 그 부인도 남편하고 똑같이 보험이 많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이거 이상하다, 범죄 혐의점이 조금 이게 약하다…"

-박한석, 당시 S생명 보험조사관

확인해 보니, 아내도 배우자가 수익자로 된 보험이 5개나 됐던 것입니다.
보통 보험범죄는 피해자 중심으로 보험가입이 이뤄지는데, 이 경우는 달랐던 것입니다.
형사들은 수연 씨가 의심스러웠지만,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부인은 완강하게 '장례 치르게 보내달라' 이거를 강조를 했어요.
그 당시에 이제 영장도 없고, 우리가 임의동행 해가지고 6시간 이상을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이제 또 이 사람이 의심은 가지만 일단 장례 치르고 다시 한번 부르겠다, 그렇게 해서 귀가시켰는데.
장례를 지내고 부르니까 연락 두절입니다.
그다음부터 이제 출석도 안 하고 연락도 안 되고. 집에 가도 없고.
완전히 사라진 겁니다."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그 새신부가 커다란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계곡살인 이은해와의 평행이론

'계곡살인 이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이은해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남편을 계곡에서 다이빙하도록 부추겨 숨지게 만든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판사도 보험금을 노린 계획적인 살인이라고 본 것입니다.

백 형사님은 이은해 사건을 보며 25년 전 이수연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너무 똑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 기억을 떠올린 거 아닙니까.
결혼도 안 하고 혼인신고 하고, 오로지 보험 가입 수도 많고 한 게.
제가 한 사건하고 너무 닮아 있었거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이수연은 상견례도 결혼식도 없이 바로 혼인신고부터 했습니다.
이은해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임경태와 이수연의 나이 차이는 열한 살.
이은해도 남편과의 나이 차이가 열한 살이었습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20대 초반의 여성과 30대 초중반의 남자인 것도 비슷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혼인신고 한지 얼마 안 돼 사고가 난 점, 수입에 비해 많은 보험을 가입한 것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확인이 안 된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이은해는 남편이 사망한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이수연은 남편이 사망할 당시 함께 있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습니다.
더 미스터리했습니다.
형사들은 답답해졌습니다.
범인을 특정할 단서는 없고 유력한 용의자였던 아내는 사라졌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경찰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 전화 한 통에 형사들은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부산 영도경찰서에서 저희한테 연락한 거죠.
여관방에서 소주 몇 병 있고 유서 써 놓고 자살했다...
이렇게 이제 연락이 온 거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애타게 찾고 있던 이수연이 죽은 채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형사들은 다시 한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하게 그냥 '보험 가입해서 보험금을 노린다' 이 정도만 이제 생각을 했는데, 거기서 이수연까지 딱 이렇게 돼 버리니까. 이제 이거는 보통 사건이 아니다… 하는 걸 딱 느낀 거지."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그녀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까요?
죽어서라도 자신의 결백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아님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웠던 걸까요?

제3의 인물

그때, 현장 감식에서 묘한 단서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여관 주인은 투숙객이 이수연 하나였고 다른 사람은 못 봤다고 했는데, 방에 있던 소주병에서 다른 사람의 지문이 나온 것입니다. 그 지문을 대조해 보니 한 사람이 떴습니다.
이제껏 등장하지 않은 제3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이 지문과 똑같은 지문이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바로 남편의 차에서.

이 떡밥은, 사망한 경태 씨의 차 트렁크 안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떡밥에서 나온 지문이, 이수연 사망 현장의 소주병 지문과 일치했던 것입니다.
이 지문의 주인은, 두 현장에 다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했습니다.
범인일 확률이 높았습니다.

그 남자의 정체는, 스물여덟 살 강영민. 
이 사람은 대전에서 인쇄소를 운영했습니다.
경태 씨도 인쇄소에서 일을 했습니다.
몇 년 전, 강영민이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경태 씨가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둘 사이는 어땠을까요?
당시 인쇄소 동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 사장이 경태 씨를 잘 챙겨줬어요."
"경태 씨 중매 서준 것도 강 사장이라고 하던데요?"

경태 씨에게 이수연을 소개해 준 게 바로 강영민이라는 것입니다.
스토리가 묘하게 흘러갔습니다.
이제 형사들은, 강영민을 찾아야겠지요.
그런데, 강영민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강영민은 이미 수배자고, 집은 옥천인데 집에서 '연락 안 된 지 오래됐다' 하고.
그리고 대전에 있는 처하고 이혼소송 중인데, 자기도 안 본 지 오래됐다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강영민은 사기혐의 두 건으로 지명수배 중이었습니다.
최근 인쇄소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사채도 쓰고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한 것입니다.
빚쟁이와 사채업자, 형사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신세였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있는 옥천 집에서도, 아내가 있는 대전 집에서도, 강영민과 연락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두 개의 유서, 하나의 시신

그런데 이수연이 사망한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형사들은 이 유서를 읽다가 또 충격에 빠졌습니다.

"우선 우리도 피해자임을 밝힙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무성한 소문과 따가운 시선, 누군지 모르는 협박에 못 이겨 여기까지 오긴 했으나.
우리의 잘못이라면 잠시 스친 인연 그것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그 많은 입들에 올라가야 하는지.
정말 억울하지만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후에라도 우리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3명의 인생을 망친 그 사람 꼭 잡아주세요.
꼭. 같은 곳에 쉬게 해 주세요."

-유서 첫 번째 페이지
"만약 여기에 한 사람밖에 없다면, 태종대 절벽 및 바닷물에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가긴 하지만 행복했다고 생각할게요.
그리고 또 태어나게 된다면 엄마의 아들로 다시 태어날게요.
강준호 신미자 강준배 강준식 이희라 강태수 강태화. 사랑했어요!
엄마 잘 부탁드릴께요."

-유서 두번째 페이지

이 유서, 누가 쓴 거 같나요?
형사들은 앞부분은 이수연이, 뒷부분은 강영민이 쓴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장의 유서가 필체도 다르고 내용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거 말고도 알 수 있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두 사람 관계. '꼭 같은 곳에 쉬게 해 주세요'라며, 죽어서도 같이 있게 해 달라잖아. 이수연과 강영민은 사실 연인 사이였던 것입니다.

이수연이 커피숍에서 일할 때 강영민과 연인이 됐습니다.
강영민은 애가 둘인 유부남이었지만 이수연을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도 내연녀 이수연을 자기가 알고 있던 임경태에게 소개한 것입니다.
이 상황, 이해가 안 되지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유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3명의 인생을 망친 그 사람'을 꼭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먼저 사망한 임경태와 범인으로 몰린 이수연, 그리고 강영민까지.
셋 다 억울한 피해자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정말 임경태를 죽인 진짜 범인이 따로 있는 걸까요?

형사들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서는 두 장인데, 시신은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형사들은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강영민이 사체는 없고 이제 이수연만 있고.
변사 기록을 보니까 동맥을 끊은 걸로 돼 있어요.
근데 동맥을 끊으면 피가 팍 튀어야 되는데, 비산된 흔적이 없어 방 안에."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이를 뒷받침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견도 나왔습니다.
만약 손목 동맥을 끊고 죽었다면 사인은 동맥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입니다.
그런데 부검결과는, 사인불명.
경태 씨 때와 똑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강영민은 어디로 갔을까요? 
정말 유서대로 태종대로 갔을까요? 
남은 건 유서뿐이니, 강영민이 정말 태종대에 가서 자살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습니다.
태종대는 부산 해안가 관광지로,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이 유명했습니다. 이렇게 생겼어.

여기서 뛰어내리면 즉사였습니다.
과거엔 한 해에 여럿이 여기서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강영민은 정말 그곳에서 뛰어내렸을까요?

"진짜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태종대에 한 2~3일간 사체가 뜨는지 안 뜨는지 확인한 걸로 알고 있어요."

-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곧장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습니다.
하루, 이틀, 삼일.. 11월 말,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태종대를 샅샅이 뒤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뭔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한 구의 남자 시신.
그런데 강영민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수색은 마무리됐고, 강영민의 생사는 확인 불가능했습니다.
그러자 형사들은 강영민 생존 가능성에 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강영민은 없고 소주병에 자기 지문까지 나왔는데.
죽으려면 여관에서 죽지 왜 태종대에 빠져 죽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전 끝까지 강영민은 살아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의문의 교통사고

형사들은 강영민 주변을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대전에 있는 강영민의 집부터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강영민의 아내를 만난 형사들은 소름이 쫙 끼쳤다고 합니다.
강영민의 아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몇 달 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거든요.
집에 걸어오는데 갑자기 차가 달려와서.
정말 죽을 뻔했어요."

강영민의 행방을 알아보러 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아내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 건 5월 말이라고 합니다.
이수연의 사체가 발견되기 6개월 전이어었습니다.
평소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던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와선 이러더라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애들이랑 맛있는 거나 먹을까?
자, 이 돈 갖고 가서 고기 좀 사 와봐."

웬일인가 싶으면서도 아내는 얼른 동네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을 사고 돌아오는데,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쾅! 아내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전치 16주의 다리 골절상을 입게 됐습니다.
영구 장애까지 남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강영민의 아내까지 조회를 했는데, 그분이 그때까지 치료를 하고 있더라고요.
16주 진단 나와가지고 1800만 원인가 일단 수령을 S화재에서 했었고."

- 박한석, 당시 S생명 보험조사관

확인해 보니 사고 나기 한 달 전 강영민이 아내 앞으로 보험을 들어둔 게 있었던 것입니다.
보험 종류도 정확히, 교통사고 안전보험으로 가입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을 경우 최고 5천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험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에 사고가 나면 보험금이 두 배라는 것입니다.
아내가 사고 난 날, 언제였을까요?
사고 난 날은 바로 5월 30일, 정확히 주말이었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였습니다.
강영민은 그해 2월에 이미, 아내 앞으로 가입한 또 다른 보험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사망하면 1억 2천만 원을 받는 건데, 이것도 교통사고 안전보험이었습니다.

아내는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단순 사고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던 그 순간, 강영민은 집에 있었습니다.
적어도 강영민이 낸 사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고 이후, 강영민은 단 한 번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내 교통사고 보험금만 모두 챙기고 사라졌습니다.
형사들은 아내 사고도 강영민이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또 다른 범죄가 벌어지기 전에, 얼른 강영민을 검거해야 했습니다.

인쇄소 화재 사고

형사들이 이번에 인쇄소로 갔습니다.
그런다 또 다른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한밤중에 인쇄소에 불 나서 완전히 싹 타버렸잖아요."

아내가 사고 나기 6개월 전, 강영민의 인쇄소에 화재가 났던 것입니다.
사고 기록을 확인해 보니 화재는 원인불명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것도 냄새가 나지요?
강영민과 관련된 사건들은 어떻게 된 게 죄다 '원인불명'이었습니다.
그 화재로 강영민은 약 5천만 원의 보험금을 탔습니다.
당시 대전에선 아파트 한 채 값이었습니다.
이제 보험과 강영민은 떼고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불이 난 인쇄소에는 안 씨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형사들은 일단 그 안 씨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를 만난 형사들은 또 깜짝 놀랐습니다.

"안 씨라는 사람이 현장에 있다가 전신에 화상을 입은 거예요.
안 씨라는 사람이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고 화상 입을 이유도 없고.
그런데 얘가 현장에 있다가 화상을 입은 거예요."

-류덕희, 당시 옥천경찰서 형사

안 씨는 인쇄소 직원이 아닌,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인데 거기서 화상을 입었습니다.
뭔가 의심스럽지요.
형사들은 안 씨를 추궁했습니다.

"그래서 안 씨를 잡아서 '너 그때 방화했느냐'라고 하니까, 안 씨가 방화했다고 자백을 해요.
(강영민이) 내가 불을 질러주면 얼마를 주겠다고 해서, 자기가 방화를 하게 됐다는 거예요."

-류덕희, 당시 옥천경찰서 형사

형사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강영민의 꼬리를 잡게 됐습니다.
안 씨가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임경태 사망 약 1년 전인 1998년 9월.
빚 독촉에 시달리던 강영민은 친구 안 씨와 유 씨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내 인쇄소에 아무도 모르게 불만 내주면 보험금 나오는 대로 두 사람에게 각각 천만 원씩 줄게."

실업자였던 두 사람에겐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인쇄소에 기름 붓고 불 붙이면 끝이니까요.
강영민은 공장 안에 미리 경유를 뿌려놓고 휘발유 1통과 방화범들이 입을 옷, 운동화까지 준비해 놓고 퇴근했습니다.
그날 밤 12시쯤, 안 씨와 유 씨가 인쇄서에 들어가서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입니다.
그러다 잘못해서 그만, 안 씨 몸에 불이 옮겨 붙은 것입니다.
전신화상을 입긴 했지만 그만하길 다행이지요.
자칫하다 또 한 사람 죽을 뻔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99년 1월, 강영민은 거액의 보험금을 받게 됐습니다.
화재 사고로 위장된 방화 보험사기는 그렇게 조용히 묻혔습니다.

형사들은 안 씨와 유 씨를 즉각 검거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경태 씨 살인사건에 개입했을까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던 유 씨가 수사에 기름을 붓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강영민을 최근에 본 적 있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 것입니다.

"제가 12월 중순쯤,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한번 봤어요."

강영민의 유서가 발견된 게 11월 말이었습니다.
근데 12월에 강영민을 봤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강영민이 살아있다는 단서를 찾은 것입니다.

"이 사람이 살아서 생활하고 있다, 카드 쓴 흔적이 있다, 통화 내역이 있다, 차를 운전한 적이 있다, 이런 반응이 있어야 살았다는 걸 알거든요.

몇 달 뭐 해도 흔적이 없으니까 '진짜 강영민이 죽었나?' 이런 찰나에 강영민이 버스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인쇄소에 불 지른 공범이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때부터 더 이제 확신을 가지고 '이거 진짜 잡아야 되겠다' 그런 느낌이 이제 들은 거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형사들의 수사 의지는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 모든 범행의 설계자, 강영민을 꼭 잡아야 했습니다.

강영민을 잡아라

지금 상황에서 보면 강영민은 자기 어머니와 어떻게든 연락할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사실 형사들은 강영민이 사라진 직후부터 이미 그의 가족들을 추적해 왔습니다.
다만 그동안은 수사망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던 것뿐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면 감청, 정식 영장 발부받아서 통신제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11월, 12월 한 통화도 없고, 1월에도 한 통화도 없고.
강영민이 엄마가 영도경찰서에 전화해서 '우리 아들 찾았느냐' 확인하는 전화 몇 통화 오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강영민이 가족들한테 반드시 연락할 거라 생각하고, 수사는 더 은밀히 진행됐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가며 강영민 집 전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루, 이틀, 1주일, 2주일.. 그러던 어느 날, 심상찮은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어머니~ 잘 지내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강영민 아내는 아닌데, 강영민 어머니한테 살갑게 안부를 묻는 한 젊은 여성.
일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발신 번호를 추적해 보니, 20대 여성 한 씨였습니다.
대전에서 인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강영민과 연관이 있어 보이긴 했습니다.
형사들은 한 씨를 미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한 씨다.
그래서 형사들이 미행을 한 거지.
미행을 한 달 두 달 해도 별 접촉이 없는 거죠.
한동안 미행 몇 번 했는데 실패한 거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며칠 후, 한 씨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엔 한 씨가 강영민 형과 약속을 잡는 것입니다.
"그럼 내일 그곳에서 뵐게요. 혹시 모르니까 일찍 나와서 주변을 살피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게, 수상했습니다.

형사들은 미리 약속 장소로 나가서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 강영민의 형과 한 씨가 들어왔습니다.
강영민이 나타날지 모르니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다방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고는 헤어졌고, 강영민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의심스러운 정황이 이어지는데, 강영민은 모습도, 목소리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4월이 됐습니다.
도대체 강영민과 한 씨, 무슨 사이일까요?
탐문해보니 한 씨는 강영민의 또 다른 연인이었습니다.
그럼 강영민이 어디 있는지 알 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잠복하며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미 강영민 아내의 교통사고와 이수연의 미심쩍은 죽음을 통해, 강영민은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란 걸 충분히 확인했잖아요. 도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 씨마저 위험해질지 몰랐습니다.
형사들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형사들은 한 씨에게 지금까지 밝혀진 강영민의 모든 범죄들에 대해 이야기해 줬습니다.

"지금까지 강영민 주변 여자들은 죽거나 다쳤습니다.
당신도 그의 범죄 대상이 될 수 있어요."

한 씨는 큰 충격을 받아 넋이 나간 듯했다고 합니다.
강영민이 수배 중인 건 알았지만, 이런 범행들까지 저질렀는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한참 고민하던 한 씨는 형사들에게 이걸 건네면서 얘기했습니다.

지금 태성아파트에 있어요.

강영민 은신처의 아파트 열쇠였던 것입니다.
형사들은 당장 그 아파트로 갔습니다.
모두가 초긴장 상태였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이제 상황실에 가서 권총을 7정을 대여받아 가지고 출동을 한 거죠.
밤에 한 11시경에 경찰서 나간 거죠.
가서 3층에 있는데 저쪽으로 뛰어내릴지 모르니까 베란다에 그때 3명 배치하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형사들은 한 씨가 건네준 열쇠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한 씨가 들어오는 줄 알고 거실에 태연하게 앉아있던 강영민이, 들이닥친 형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순간적으로 도망가려다가 이내 상황 판단이 됐는지, 체념한 듯 체포에 응했습니다.
무려 6개월에 걸친 추적 끝에, 드디어 강영민이 잡힌 것입니다.
강영민이 취재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우연찮게 텔레비전이나 이런 데서도 많이 봤고.
뭐 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빚만 좀 갚았으면…"

-강영민

줄줄이 나오는 공범들

그럼 이제 다 끝난 걸까요?
아니, 진짜 수사는 이제부터입니다.
과연 강영민은 자백을 했을까요?
형사들은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까도 까도 또 나오는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이 끔찍한 범행에 연루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용의자 강영민이 있고, 사망한 임경태와, 이수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우 의심스러운 사건, 아내의 교통사고.
본인이 운영하던 인쇄소의 방화 사건까지.
이 중에 인쇄소 방화범 안 씨와 유 씨는 이미 체포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 먼저, 경태 씨는 누가 살해했을까요? 
강영민이었습니다.
강영민은 화재를 위장한 방화를 저지르고도 아무 문제 없이 보험금을 타게 되자, 내연녀 이수연과 더 큰 범행을 계획한 것입니다. 이수연을 경태 씨에게 위장결혼 시키고 여러 보험에도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머리를 굴렸습니다.
혹시나 의심받게 될까 봐 이수연 앞으로도 보험을 여러 개 든 것입니다.
여기까진 예상한 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경태 씨를 살해한 그날 그곳엔, 예상 밖의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공범 최 씨.
강영민은 평소 알고 지내던 최 씨를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힘들지?
사람 한 명만 없애주면 내가 1억 줄게. 같이 할래?"

이 섬뜩한 제안을 최 씨는 받아들였습니다.
더 어이없는 건, 최 씨는 자신의 또 다른 지인 장 씨를 찾아간 것입니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사람 하나 죽이고 보험금 타낼 건데... 너도 할래?
내가 3천만 원 줄게."

살인 의뢰를 하청에 하청한 것입니다.
그렇게 범인은 넷으로 늘었습니다.
11월 6일 밤, 이수연은 남편이 혼자 낚시를 갔다고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남편 경태 씨를 꼬셔서 낚시를 가자고 한 것입니다.
손수 낚시 가방까지 준비한 채로 말입니다.
그 낚시 가방, 강영민이 챙겨준 것입니다.
그래서 그 차량 안 떡밥에서 강영민 지문이 나왔던 것입니다.
새신부와 낚시 데이트를 즐기기도 전에 경태 씨는, 세 남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까 바로 양팔을 잡고 다리를 잡고, 한 사람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씌우는 방법으로 해가지고 살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수연은 직접 그 가담은 안 하고 죽인 행동은 안 하고 망만 보고 있었고."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물리적인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부검 기술로는 사인불명이 나온 것입니다.
형사들은 강영민의 이 자백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합니다.
두 공범의 존재는 전혀 몰랐으니까요.
지금 그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잡아야 할 범인이 그 둘 뿐만이 아니였습니다.
또 있었습니다.
바로, 강영민의 아내를 차로 친 사람.
형사들이 보험내역을 증거로 들이밀자, 강영민은 이 범행도 자백했습니다.
이번엔 아는 선배 황 씨에게 가서 제안을 했다는 것입니다.

"형님, 내 마누라를 차로 쳐서 죽여주면 3억 보험금 중에, 딱, 절반! 1억 5천 줄게."

다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살인을 부탁한 것입니다.
그래야 큰돈을 받게 되니까요.
백수였던 황 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럼 황 씨가 강영민 아내를 차로 친 걸까요?
아니였습니다.
황 씨는 또 다른 지인 서 씨를 범행에 가담시켰습니다.

"차로 여자 하나 쳐서 죽이면, 내가 3천만 원 줄게.
나중에 내 후배가 변호사 써서 다 알아서 해줄 거야."

강영민은 아내의 사진과 주거지 위치, 주변 지리 등을 꼼꼼하게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강영민의 뜻대로 공범들이 고기를 사서 돌아오는 아내를, 전속력으로 들이받은 것입니다.

아직 못 들은 자백이 하나 더 있지요? 
바로 임경태 살해 공범인, 이수연 죽음에 대한 진실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공범이 있을까요?
아니였습니다.
강영민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하지만, 수연이가 꼭 먼저 자기를 죽여달라고 했어요."

자기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걸 승낙에 의한 살인, 또는 촉탁살인이라고 합니다.
단순 살인과는 전혀 다릅니다.

"같이 자살하고자 하는 꼬임에 넘어가서 그러면 승낙 살해로 죽여달라고 하니까.
수건으로 이제 이렇게 한 거지. 보통 우리가 줄로 감으면 이게 흔적이 형성되는데, 이제 이 수건으로 하면 이게 바로 안 되잖아요. 이 폭이 넓으니까 사인 미상으로 나왔어요."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강영민 증언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이수연 사망 사건은 이대로 수사가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수연을 살해한 후 강영민은 태종대가 아니라, 또 다른 연인, 한 씨를 만나러 간 것입니다.
완전범죄가 되려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건 누군가의 도움 없인 불가능하니까요.

강영민의 조사가 끝나자마자, 형사들은 바로 공범들 검거에 나섰습니다.
공범 네 명, 다 잡을 수 있을까요?

우선 임경태 살인에 가담한 공범 최 씨가 공주의 어느 가게에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들이닥쳤습니다.
그런데 마침, 최 씨가 딱, 그 가게에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또 다른 공범, 장 씨도 잡아야지요?
최 씨를 추궁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전 서천동 외곽 거기 산 쪽에 있는 동네 어디 산다고만 들었어요. 
다른 건 모르겠고... 걔 차가 소나타인데 핸들커버가 빨간색이거든요."

그게 끝이였습니다.
이 정보만 갖고 장 씨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 일대 서천동에 있는 차를 한 대, 한 대 다 뒤져서 소나타에 빨간 커버, 찾으니까 딱 한 대 있더라고.
그래서 그 세워놓은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려서 장 씨를 나오게 해서 잡았죠."

-류덕희, 당시 옥천경찰서 형사

그렇게 이틀 만에 임경태 살인 용의자들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강영민 아내에 대한 살인미수 공범 두 명, 황 씨와 서 씨.
이들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형사들은 강영민 검거 후 단 4일 만에 모든 공범들을 일망타진했습니다.

1999년 당시는 CCTV나 블랙박스를 보기 드문 시절이었습니다.
과학수사를 하고 싶어도 현실은 열악했습니다.
그럼에도 형사들은 주범 강영민과 공범들까지 싹 다 검거하면서, 하마터면 미제가 될 뻔한 사건들을 해결했습니다.
형사의 머리와 몸보다 더 훌륭한 과학수사 장비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형사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달린 결과인 것입니다.

섬뜩한 진실

공범들은 강영민의 진술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공범들 진술 중엔, 강영민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이것입니다.

새신랑 임경태를 살해하던 날, 바짝 긴장한 최 씨와 장 씨에게, 강영민이 뭔가를 건넸다는 것입니다.

바로, 우황청심환.
최 씨와 장 씨는 숨진 임경태의 사체 유기까지 맡았는데, 처음엔 교통사고로 위장하려고 했습니다.
차에 태운 채 강으로 밀어버릴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야 보험금이 더 나오니까요.
그런데 이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교통사고 난 것처럼 추락한 것처럼 사고를 위장을 해야 하는데.
강에 밀어야 하는데 가다가 걸린 거예요. 겁나서 걔네들도 밀다가 안 밀었다고 해요.
그래서 더 이상 그렇게 못하고 조금 사고 난 것처럼 백미러 부수고 그렇게 해서 그냥 위장만 해놓고 온 거예요."

-류덕희, 당시 옥천경찰서 형사

상황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온 모양입니다.
겁이 나서 두 사람은 그냥 강가에 차를 방치해 두고 간 것입니다.
덕분에 증거가 남았고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영민이 말하지 않은 두 번째, 이건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강영민의 아내를 차로 살해하려던 날, 공범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침부터 차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집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두 사람은 엄청 당황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강영민의 부인이 밖으로 나왔잖아요.
그런데 마침 애를 업고 있었어요.
얘가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
강영민한테 '야, 오늘은 하지 말자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라고.
강영민이 '왜?'라 물어서 '애가 있지 않느냐 애를 데리고 있다' 그러니까 강영민이 뭐라고 했냐면 '그냥 상관없으니까 까'…"

-류덕희, 당시 옥천경찰서 형사

어쩌면 공범들은 강영민만큼 잔인하진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화를 면하고 엄마만 전치 16주에 그쳤던 게 아닐까요?

강영민이 썼던 가짜 유서에서 이름을 거론하며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 중 마지막 세 이름이 바로, 강영민의 아내와 두 아이의 이름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소름 끼치지 않나요?
자기가 버리고, 심지어 죽이려고까지 했던 가족이면서, 평범한 가장인 척한 게 가증스럽지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이 돈 때문에 막 갈 수가 있는가.
소위 말해서 돈에 환장한 사람이지. 모든 게 돈으로 귀결되잖아요.
방화부터 시작해서 계속 사람 하나하나 살인하는 게 전부.
모든 일이 오로지 돈이잖아요."

-백경흠, 당시 옥천경찰서 수사과장

소리 없는 대재앙

당시로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연쇄 보험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강영민의 혐의는, 살인, 살인미수, 위계승낙살인, 일반건조물방화, 사기, 사체유기까지. 죄목만 무려 6개였습니다.
범인의 재판 결과 형량은 어땠을까요?

법정 판결이 있기 전에 그를 만난 기자가 있었습니다.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기자: 지금 심경이 어떤가요?
강영민: 죽을죄를 져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기자: 감옥 생활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강영민: 취업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도소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합니다. 
출소하면 좋은 사람 만나서 작은 식당이라도 하나 열고 싶어요.

기자는 당시 그의 얼굴에 보였던 웃음기와 태연자약함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임경태 살해 공범인 범인 최 씨와 장 씨의 형량은 징역 10년. 
강영민 아내 살인미수 공범인 황 씨와 서 씨는 징역 4년을 받았습니다.
그럼 강영민은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요?
이런 판결이 나왔습니다.

"위 피고인은 애정으로 아끼고 보호해야 할 자신의 부인을 대상으로, 지극히 무책임하고 무자비하게 행동한 사실, 선량한 소시민인 피해자 임경태를 대상으로 범행을 실행에 옮긴 사실, 만 23세에 불과한 이수연의 삶의 의지를 꺾어 버리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였다.

약간의 돈을 얻기 위해서 인간의 생명이나 인간관계에서의 기본적인 신뢰와 사랑이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고 별다른 의미도 없다는, 지극히 물질중심적인 사고에 경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데다, 제3자들의 잠재적 범행의지를 부추겨 이용한 치밀함, 범행 후의 정황을 함께 놓고 볼 때,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

주문. 피고인 강영민을 사형에 처한다."

-강영민 재판 판결문 中

강영민은 끝까지 항소했지만 결국 사형이 확정됐습니다.
범인 강영민의 근황은 25년째 사형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보험사기를 '소리 없는 대재앙'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매년 1조 원 가량의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전보다 탄탄한 시스템을 갖추고, 더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면서, 살해, 상해 적발 건수는 줄어든 편이라고 합니다.

보험범죄 수사관들은 '보험범죄는 언젠간 반드시 적발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강영민의 범죄를 도운 공범들.
아무리 돈이 간절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 잔인한 범행에 동조할 수 있었을까요?
몇 년 전 우리나라 청소년 정직 지수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질문에 몇 퍼센트가 괜찮다고 했을까요?
초중고 학생 43%가 '괜찮다'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흔히들 '돈'을 지상최대의 목표처럼 얘기하곤 합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게 하는 그런 사회가, 또 다른 공범들을 만드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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