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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도깨비'의 모델인 척준경 장군의 여진 정벌기

by 충격대예언 2017. 2. 5.

(사진=tvN 드라마 '도깨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는 고려 무장 '김신'은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그의 모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 장수는 있다. 야사가 아닌 실록에서 단신으로 수만의 적군을 물리치며 믿기지 않을 전공을 세운 장수인 척준경(拓俊京) 장군이 그 주인공이다.

척준경은 황해도 곡산의 가난한 향리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어려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러다보니 공부보다는 무예를 좋아하며 어릴 때부터 여러 무뢰배들과 어울려 지냈으며 커서도 아버지의 향리 일을 이어받지 않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지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주에 가게됐는데, 고려 11대 왕 문종의 셋째 아들인 계림공 왕희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 계림공이 1095년 고려의 15대 왕 숙종으로 등극하면서 척준경의 첫 벼슬생활이 시작된다. 숙종의 수하 자격으로 추밀원의 말단관원으로 들어가 잡일을 하며 지내게 된 것.

이후 10년 가까이 잡일을 하다가 고려의 여진정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의 운명이 뒤바뀌기 시작한다. 1104년, 여진족이 정주성을 침공하자 품계도 없는 하급관리인 별가(別駕)로 출정한 척준경이 단기필마로 나가 고려군을 구한 것이다. 척준경은 당시 총사령관인 임간(林幹)에게 직접 말 한 필과 무기를 달라고 요구했고 그대로 뛰쳐나가 적장 2명을 죽여 여진족 군대를 패퇴시켰다. 고려군은 그 덕에 완패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을 세웠음에도 옥에 갇혀 위기를 맞게된다. 왜 투옥되었는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정황상 품계도 없는 하급관리가 건방지게 총사령관에게 말과 무기를 요구한 것이 눈에 거슬려서 괘씸죄를 적용했거나, 공을 시기해 엉뚱한 죄를 뒤집어 씌워 투옥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이 때 그의 목숨을 구해주고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나타나니, 그가 바로 여진정벌의 총 책임자였던 윤관 장군이었다.

윤관 장군 영정(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후 윤관과 돈독한 사이가 된 척준경은 윤관을 따라 여진정벌에 참가한다. 여진정벌 도중 윤관이 여진족 수만 대군에게 기습을 받고 소수의 부하들만 거느린 채 포위되자 척준경은 결사대 10명을 이끌고 윤관의 활로를 뚫으러 출정한다. 그때 함께 여진정벌을 따라온 동생 척준신(拓俊臣)이 자살행위라면서 뜯어말렸지만 척준경은 "늙으신 아버님을 부탁한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돌격했으며 포위를 뚫고 윤관을 구해왔다. 모두 지난 날 윤관에게 진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다. 이때 윤관이 눈물을 흘리며 척준경에게 "앞으로 나를 아버지라 여기라"고 이야기했다 전해진다.

다시 수만명의 여진족 군대가 영주성을 공격했을 때 결사대를 이끌고 나가 여진족을 크게 무찌르고 개선했으며 웅주성이 포위됐을 때는 홀로 일반 병사의 옷을 입고 창 하나를 든 채 성벽을 타고 내려와 포위망을 돌파하고 정주성에 들어가 병사들을 이끌고 여진족을 격파했다고 한다. 모두 야사가 아닌 실록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윤관의 여진정벌을 묘사한 척경입비도(사진=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여진정벌에서 척준경이 대파시킨 여진족 장수들은 훗날 금나라의 태조 아골타(阿骨打)와 함께 중원을 장악한 뒤 금나라의 중신들이 된다. 이때의 기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금나라는 고려와 단 한차례도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 이후 여진족 사냥꾼들이 고려군 수비병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금나라에서는 오히려 자국민들에게 절대 국경을 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그쳤다고 한다.

이러한 대단한 위명으로 대신 반열에 오른 척준경은 이후 외척 이자겸(李資謙)과 사돈을 맺고 정변을 일으켜 함께 대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자겸과 사이가 멀어지자 다시 인종의 편에 서서 이자겸을 체포하는 공을 세우게 된다. 이자겸의 수백명의 반군이 그를 공격했으나 혼자 나가서 반군을 모조리 진압하고 이자겸을 체포해 궁으로 끌고 왔다고 한다. 이 공로로 지금의 총리에 해당하는 문하시중의 자리까지 올라갔다고 탄핵받아 낙향하게 된다.

하지만 도깨비 속 김신과는 달리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진 않았다. 인종은 그의 공로를 인정해 죄를 묻지 않았고 척준경은 고향에서 조용히 병사한다. 다만 이자겸의 난 당시에 이자겸과 함께 궁궐을 범했고 전각을 불태운 죄로 인해 역적열전에 기록된다. 전공도 그나마 줄여서 쓴 것이니 실제 전공과 활약상이 어떨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출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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