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역사-아즈텍 제국 멸망은 천연두/역병의 원인은 인수공통감염병
『지금 경계선에서』의 저자 레베카 코스타는 “지금 인류는 몰락과 진보의 경계선에 서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문명의 커다란 변화에 무관심해지기 쉽습니다. 상생방송의 현대문명의 대전환이 시청자 여러분의 문명을 보는 안목을 열어주고 다가올 위기를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현숙 교수 프로필] 이화여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수료, 연세대 의과대학교 박사후 과정 수료.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원, 현 연세대 의대 의학사연구소 연구교수
【주요 저서】 공저 『한국의학사』 『고려전염병의 문화사』 『한국전염병사』 【주요 논문】 「한국의학사의 중세 기점」 「신라의학의 국제성과 의약교류」 「고려 일상생활의 질병과 치료」 「백제시대의 점복과 정치」외 다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거죠. 과거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염병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인류가 수많은 전염병을 극복했다고 자신했지만 사스나 조류독감, 그리고 에이즈 같은 전염병들이 새롭게 나타났습니다. 과거 인류가 어떻게 전염병을 극복했는가를 통해서 앞으로의 질병에 대한 전망도 조망해볼 수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원주민을 몰살시킨 전염병
제가 전염병 연구만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주로 고대와 중세의 전염병입니다. 전근대 시대의 전염병이죠. 왜 전염병에 관심을 가졌는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제가 1996년, 97년 2년 동안 푸에르토리코에서 살았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가깝고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옆에 있는 카리브해의 조그만 섬나라입니다. 현재 미국의 식민지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유명한 가수 리키 마틴이나 미스 푸에르토리코, 미스 월드가 많이 나왔는데요. 아름다운 여성들이 많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스페인의 후예 아니면 흑인의 후예입니다.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원래 푸에르토리코 원주민은 남미 인디언과 마찬가지로 황인종에 속하는 원주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콜롬부스가 1403년 푸에르토리코를 발견한 이후 1508년 스페인이 식민지화했는데요. 그후 스페인이 가지고 왔던 두창이라든가 인플루엔자 같은 무서운 전염병 때문에 거의 몰살하다시피 해서 현재 원주민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데려와 노예로 부리면서 대다수가 흑인노예의 후예이고 그리고 스페인에서 건너온 백인 지배층, 이렇게 이중으로 된 계층사회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야, 전염병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한 종족을 완전히 몰살시켜서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그런 무서운 위력을 가졌구나’ 라는 걸 제가 느꼈습니다.
아즈텍인이 자발적으로 항복한 이유, 두창
그런데 제가 한국에 돌아와서 공부를 하다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학자가 있었습니다. 윌리엄 맥닐[그림]이라는 분인데, 시카고대학 역사학과 교수였습니다. 동서양의 역사를 아울러 거시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이런 분을 제네럴 히스토리안이라 부릅니다. 이분이 1975년도에 썼던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분도 저와 굉장히 비슷한 경로를 앞서 겪으셨는데요. 이 책 서문에 뭐라고 썼냐 하면 멕시코사를 연구하기 위해서 공부하던 중 스페인이 멕시코를 쉽게 정복한 데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스페인이 당시 아즈텍 제국 도착했을 때 600명에 불과한 군사들밖에 없었다는 거죠. 600여명의 스페인 군사가 아무리 말과 총을 가지고 있었다 한들, 아즈텍인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인구인데 어떻게 에르난도 꼬르떼즈를 비롯한 스페인 군사에게 무릎꿇을 수가 있는가. 이해가 안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윌리암 맥닐 교수가 연구를 하다 보니 바로 천연두(두창)때문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코르테즈군과 아즈텍군 간의 대전투가 벌어졌는데요. 대전투 와중에 스페인에서 온 군인한테 두창이 발병했답니다. 그런데 전투를 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아즈텍인에게 넘어가 전염이 된 거죠. 그래서 양쪽에서 다 같이 두창을 앓게 되었는데 스페인 군대는 사상자가 거의 없이 다음날에도 멀쩡하게 전투를 하러 나왔는데, 아즈텍인은 하룻밤 사이에 수만명이 죽어갔다는 거죠.
아즈텍인들이 생각하기에 ‘저 사람들은 신의 아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수만명이 한꺼번에 죽어가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도 죽지 않고 창을 들고 다시 우리를 공격하러 나올 수 있는가.’ 그렇게 스페인 군을 신의 아들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거죠. 그래서 자신들이 믿었던 종교도 다 버리고 적극적으로 카톨릭으로 개종하게 되었고 이들을 신처럼, 신의 아들처럼 모시게 되어, 완벽한 진심에서 우러난 항복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아즈텍 제국은 멸망하게 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전염병이 인간 역사에 끼친 영향
이 책은 한국에서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또는 『전염병의 세계사』)라고 번역되어 있는데요. 원서 『Plagues and Peoples』[그림]라는 책을 1975년도에 썼는데,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게다가 동양과 서양 및 한국의 이야기까지 이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책이었는데요. 모든 것을 다 역병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것입니다.
이 분은 동양의 언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영어나 서양의 언어로 된 책을 통해 중국, 한국, 일본의 자료를 읽으셨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들이 좀 거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분의 시각은 굉장히 참신하고 합리적이며 경청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전염병이 인간 역사에 끼친 영향이 지금까지 과소평가 되었다는 점을 이 책에서 초지일관 말씀하고 있었습니다. 주장하시는 바가 결론적으로, 한 지역주민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가. 아즈텍인이라든가 또는 푸에르토리코 원주민처럼 거의 전멸당하는 민족이 있는 반면 어떤 민족은 잘 견뎌나가 다시금 문명을 발달시키는 경우도 있고. 선사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들고 있었습니다.
동양의 사례는 2차 사료를 봤기 때문에 정밀하지 못한 한계도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플레이그Plagues라는 것이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역병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서양에서 역병이라는 것은 대표적으로 페스트를 생각합니다. 원래가 페스트에 대한 기억이 강렬했기 때문에 역병 자체가 페스트로 동일한 언어가 돼버렸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을 페스트로 몰아가는 폐단이 있었습니다. 사실 페스트라고 보기 힘든 것도 페스트라고 거칠게 다루는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세계최초로 전염병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주목하고 그 의미를 밝혔다는 점을 제가 인상깊게 읽었고 그로 인해서 지금까지 한국 전근대사회의 전염병에 대해 천착하면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역병의 원인은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을 함께 감염시키는 질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전염병들은 인간이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수공통전염병, 즉 종을 타고 넘어오는 전염병의 경우는, 인체에 면역체계가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환율 곧 질병에 걸리는 감수성을 가진 인간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고, 그 다음에 사망률이 높게 되는 거죠.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문제되고 있는 조류독감이라든가 신종플루라든가 사스, 이들이 실은 종을 타고 넘어온 질병입니다. 즉 가금류, 조류에서 오는 독감이라든가. 조류 같은 경우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앓다가 살아날 수도 있는 독감인데 인간에게는 면역체계가 없는 거죠. 그래서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왔을 때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되는 것이죠.
지난번 한국사회를 거의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의 처음 이름은 스와인플루였습니다. 곧 돼지독감. 돼지는 독감에 걸리면 뭐 죽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감기였는데, 그것이 인간한테 넘어오면서 아주 치명적인, 그야말로 발병한 지 2,3일 만에 급작스럽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인수공통감염병이 인간에게는 주로 역병으로 작용했다 합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질병의 수를 나열해보면요.[그림] 가금류, 즉 조류나 집에서 키우는 새나 닭 이런 종류들에 나타나는 질병의 26가지가 인간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고. 쥐의 경우는 52가지, 그 다음에 말의 경우는 35가지, 돼지의 경우는 42가지, 소의 경우는 50가지, 개는 65가지, 양과 산양의 경우는 46가지. 이렇게 굉장히 많은 질병들이 인간과 동물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질병을 들면 쥐의 경우는 페스트입니다. 쥐 설치류에게 페스트는 어떻게 보면 상존하고 있던 질병인데, 이것이 인간과의 접촉을 통해서 넘어오게 되면 인간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질병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원숭이의 황열병, 소의 결핵, 조류와 돼지의 인플루엔자, 개의 홍역, 이런 것들이 인간에게 오면 아주 치명적인 역병으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역병은 왜 발생하는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다는 거죠. 사회적인 다양한 조건이 맞아떨어져서 갑자기 대폭발하는 것이 바로 역병입니다. 어느 한가지 조건만을 가지고, 병원균 자체만 가지고 폭발하는 게 아닙니다. 그 병원균에 대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들이 30만 내지 50만, 굉장히 많이 있는 상태에서 그것이 계속 먹이사슬로 넘어가고 넘어가고 하면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그야말로 먹이인 거죠. 인류가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에 거스르는 활동으로 역병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역사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종간에 넘어온 전염병이 되겠습니다.
■전염병, 역병이라는 용어
전염병, 역병, 질병, 이런 다양한 용어를 쓰고 있는데 제가 여기서 얘기하고 있는 개념은 역병입니다. 즉 윌리엄 맥닐이 썼던 플레이그Plagues, 곧 역병.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걸리고 이환율도 높고 치사율도 높은 그런 무시무시한 전염병을 역병이라 한다면, 왜 역병이라는 용어를 안 쓰냐면 오늘날에는 전염병이라는 용어를 훨씬 더 가깝게 느껴서 전염병이라고 치환해서 쓰지만 사실은 정확한 용어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무좀도 전염병이거든요. 성병도 전염병이고. 그렇기 때문에 역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그런 전염성 질환은 사실 역병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전염병이라는 용어는 영어로는 인펙셔스 디지즈infectious disease, 컨테이져스 디지즈contagious disease, 또는 에피데믹epidemic, 이렇게 번역됩니다.
서양의학이 들어오고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동양에서 이것을 동양의 언어로 치환하는 일이 19세기 말에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에서 전염병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동양의 역사서를 보면 전염병이라고 쓴 것은 없습니다. 주로 염병이라고 사용했죠. 즉 전염이 되는 병이다 해서 염병(染病)이라는 말을 썼는데, 「수호지」에 처음 나온다고 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말에 욕으로 쓰는 ‘염병할!’ 이런 용어가 있는데, 조선시대에 염병이라고 하면 오늘날의 장티푸스입니다.
서양에서는 플레이그plagues라는 말을 썼는데, 14세기에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페스트를 대신하는 용어로, 페스트의 또 다른 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동양에서 왜 역병(疫病), 역질(疫疾)이라고 했느냐 하면, 우리가 지금도 병역(兵役)의 의무라고 하듯이 역이라는 건 어떤 의무, 국민으로서 국가에 져야 되는 의무를 뜻하는데 이처럼 모든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서 한나라 때 역(역疒+역役=역疫)이라고 썼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에피데믹epidemic이라는 영어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나온 겁니다. 그리스에서도 역병이 창궐해서 이런 용어들이 만들어졌는데, 에피epi란 그리스말로 어폰upon, 오브of, 뭐뭐 위에, 이런 뜻이고요. 데믹demic이라는 말은 데모스demos에서 왔는데, 데모스는 피플peopld, 사람이라는 그리스말이라 합니다. 사람 위에 있는 것, 그래서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이 다 걸리는 질병이라는 뜻이죠. 서양과 동양이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 시대의 역병기록
특정한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 중에서 역병이 가장 정치적인 질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3일 만에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서양의 중세 때 페스트에 걸린 기록을 보면, 아침에 밥을 같이 먹었는데 점심때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밤에 죽었다는 거예요. 아침에 멀쩡하게 건강했던 사람이 갑자기 밤이나 다음날 아침에 죽었을 때, 주위 사람이 느끼는 공포나 심리적인 공황상태는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건 뭐냐 하면 바로 천벌의식이죠. 저 사람은 살았는데 왜 나는? 또는 왜 저 사람은 갑자기 죽어야만 하는가. 이랬을 때 이것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랬을 때 본능적으로 느끼는 게 ‘아, 내가 무슨 하늘의 벌을 받았나보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사실 요즘에도 암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내가 무슨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또는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병에 걸리나.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거든요. 그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갑자기 역병에 걸려서 심하게 앓거나 또는 죽게 되었을 경우, 사람들이 공포에 떨면서 이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내리는 징벌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것은 사실 원시시대부터 계속되었던 인식이죠. 오늘날 의학과 과학문명이 아무리 발달하고 세균, 병균이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발병되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왜 그게 나에게만, 또는 너에게만 일어났는가 하는 뿌리깊은 인식이 있기 때문에, 천벌의식은 떨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역병이라는 이런 급성전염병에 걸려 수천, 수만, 수백만 명이 한꺼번에 죽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정치가 잘못됐기 때문에, 사회를 이끄는 사람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역사상 정치지도자들은 역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능하면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정통성이 없거나 왕권이 강력하지 못한 시기는 거의 대부분 역병이 발생했다고 하지 않아요. 기근이 들어서 굶어죽었다 또는 천재지변이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이런 식의 표현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구할 때는 굉장히 조심해서 전후좌우를 잘 살펴봐야지 ‘아, 역병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났구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성군으로 유명한 조선 세종대에 천재지변 기사도 많고 전염병이 창궐한 기사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분은 자신감이 있고 국정을 다 잘 이끌어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들을 죄다 기록한 것이죠. 그렇지 않았던 시기에는 제대로 적지를 않습니다. 다른 핑계를 대죠. 그리고 역병에 걸려서 죽는 사람들이 과거에는 실제로 마지막에는 굶어죽었습니다. 그러니까 굶어죽었다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닌데, 그래도 동양 역사서에 보면 길거리에 죽은 사람이 서로 포개져 있을 만큼 많았다, 해골이 길거리에 너무 많았다, 이런 식의 표현이 많습니다. 이것은 뭐냐 하면,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면, 특히 가난한 지방의 경우는 밤에 몰래 뒷골목 같은 곳에 갖다버리는 거죠.
무시무시한 역병이 돌았다는 이야기보다는 굶어서 죽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길거리에 시체가 즐비한 상황. 이것을 동양의 사서에 굶어죽었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결국 역병은 굉장히 정치적인 질병이다. 가능하면 기록에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던 질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에 남아 있는 역병들은 정말로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역병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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