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 보이스 피싱 대출 사기 사례 유형 범인 정체 경찰 형량은?
[글 포스팅 순서]
1.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발신:김미영 팀장
2.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목소리
3. 보이스피싱범 검거에 모든 걸 바친 남자
4. 이 중에 '상선'이 있다
5.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 창립자, 그의 반전 과거
6. 힘든 사람들의 희망을 노린, 악랄한 수법
7. 10년 간의 추적, 10년 만에 지킨 약속
8. 전현무 프로필 나이 베트남 달랏 여행 팜유 라인 세미나 뜻 mbti 나혼자산다 나혼산
9. 조규성 프로필 집 위치 나이 인스타 키 애인 지민주 여자친구 고향 연봉 mbti 누나 차 자동차
10. 봉대산 불다람쥐 꼬꼬무 울산 17년 연쇄 방화사건 범인 숨바꼭질 57회 게스트(현상금)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발신:김미영 팀장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시청률: 2.7%, 방송시간: 10시 30분) 58회는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발신:김미영 팀장' 편으로, 보이스 피싱과 관련된이야기를 재조명 했습니다.
이야기 친구 게스트로는 배우 손호준, 공승연, 가수 카더가든이 출연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목소리
때는 2010년 가을, 충남 천안.
29살 안정엽 씨는 한 거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았습니다.
정엽 씨는 그녀를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 눈에 그녀를 알아봤습니다.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한 그녀의 표정 때문입니다.
정엽 씨는 다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신고하신 분 맞죠?
그래, 정엽 씨는 3년차 순경입니다.
순찰 중에 '범죄 신고가 접수됐으니 출동하라'는 무전을 받았고, 신고자이자 피해자인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낯선 남자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소름이 쫙 끼쳤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수화기 너머 그 남자는, 고압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고하십니다. 서울지검 첨단범죄수사팀 ㅇㅇㅇ수사관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본인과 관련된 명의도용 사건 때문에 몇가지 사실 확인차 연락을 드렸습니다.
범인 현장에서 본인 명의의 통장이 나왔습니다.
그 통장이 범행에 이용돼서 피해를 본 사람이 수백 명입니다.
지금 본인 계좌에 있는 돈도 범죄수익인지 확인해야 하니까 당장 국가안전계좌로 송금하세요."
보이스피싱 전화였습니다.
그녀는 너무 겁이 나서 아무 경황이 없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자가 불러준 계좌로 돈을 보내 버린 것입니다.
송금한 돈은 무려 1억 3천만원.
안 순경은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자기랑 동갑, 29세였습니다.
사회 초년생 나이인 그녀는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은 걸까요?
"자기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내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면 꼭 집이 있어야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대요.
그래서 19살 때부터 공장에 들어가 일을 했는데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사고 싶은 거 안 사고 모은 돈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충격적이었죠."
-안정엽, 당시 출동 순경
'가족'이란 단어가 자기 인생에 없었던 그녀가 그걸 꿈꾸며 모으고 모은 돈이었습니다.
그 피 같은 전재산이 전화 한통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울면서 안 순경한테 "제 돈 찾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안 순경은 "우리나라 경찰 수사력이 세계 최고인 거 아시죠? 걱정 마세요"라며 위로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수사라는 걸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없는 안 순경은 당연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도 알고 계좌번호도 있으니까 그렇게 파출소에 피해 접수를 하고, 사건을 경찰서로 이관했습니다.
얼마 후 이 사건을 담당한 선배를 술자리에서 만난 안 순경은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선배는 안 순경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못 잡는 범죄!
안 순경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화번호랑 계좌번호가 있는데 왜 이걸 못 잡느냐며, 선배가 능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고 화를 냈습니다.
그녀의 간절했던 눈빛이 떠올라 울컥하기 까지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친구라는 사람이 파출소를 찾아 왔습니다.
그녀가 연락이 안 된다며 실종신고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때 안 순경은 '뭔가 잘못됐구나'를 느꼈습니다.
그녀는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안 순경은 화도 나고 슬프고, 한편으로는 무서움도 느꼈습니다.
"보이스피싱 진짜 무섭구나 느꼈어요.
돈만 가져가는게 아니라, 경제 살인이구나.
사람의 목숨까지도 가져갈 수 있구나."
-안정엽, 당시 출동 순경
보이스피싱범 검거에 모든 걸 바친 남자
얼마 후, 안 순경은 지능범죄수사팀에 지원했습니다.
마음 속으로 그녀한테 보이스피싱범을 꼭 잡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팀을 옮긴 안 순경은 정말 미친듯이 수사했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이라 의심되면 무작정 며칠씩 미행했고, 두 달동안 집에도 못 들어갔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조사란 조사는 다 해봤습니다.
그렇게 두 달을 보냈지만, 안 순경은 단 한명의 보이스피싱범도 잡지 못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달려가면, 이미 은행에서 돈을 뽑아 사라진 후 였습니다.
대포 통장을 쓰니 추적도 불가능했습니다.
피해자는 늘어만 가고 속수무책입니다.
"보이스피싱은 못 잡는 범죄"라고 했던 선배의 말이 맞았다는 걸 그제서야 안 순경은 깨달았습니다.
그날도 하루종일 허탕만 친 안 순경은 밤늦게 퇴근한 후 TV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를 봤습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범을 검거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우린 못 잡았는데 저긴 어떻게 잡았지?' 하는 생각에 안 순경은 뉴스에 나온 그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검거 방법을 물었습니다.
안 순경이 간절하게 물어보자 서울 형사는 검거 노하우를 알려줬습니다.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현재도 이용되는 수사기법이라, 범인에게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얻은 노하우는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안 순경은 곧바로 현금 인출책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포착했고, 그가 ATM 기계에서 돈을 인출할 때를 노렸습니다.
남자는 카드를 바꿔가며 30분동안 돈을 뽑았습니다.
가만히 살펴 보니, 그 남자 주변으로 다른 남자들이 더 모여들었습니다.
이들은 은행을 돌면서 돈을 뽑은 현금인출 조직입니다.
안 순경과 형사들은 이들을 덮쳤고, 사기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안 순경에게는 경찰 인생 첫 검거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압수한 돈은 무려 8700만원 입니다.
"피해자에게 피해금 돌려준다고 전화하니까, 피해자가 막 감사하다고 하는데 정말 보람찼어요.
그동안 경찰 생활하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갖가지 희열, 보람, 긍지를 다 느꼈던 거 같아요."
-안정엽 순경
그 후로 안 순경은 매일 야근을 하는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보이스피싱범들을 줄줄이 계속 잡았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햇병아리였던 안 순경은 베테랑 안 형사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목이 말랐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범행을 이끌어나가는 중심은 해외에 있는데 그들을 잡지는 못하고, 국내에서 심부름만 하는 말단 조직원만 검거하니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안 형사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상선'을 잡자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보이스피싱의 본거지는 해외에 있고, 국내 인출책들은 상선이 누군지, 어디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간절이 원하며 이뤄진다고, 어느날 안 형사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이 중에 '상선'이 있다
안 형사 일행은 미행을 눈치채고 도주하는 인출책 일당을 쫓느라 고속도로에서 추격전을 벌였습니다.
눈 내리는 고속도로를 시속 180km로 달리는데, 앞서 가던 인출책 일당이 차창 밖으로 뭔가를 휙 던졌습니다.
안 형사는 끈질긴 추적 끝에 이들을 검거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눈 쌓인 고속도로를 되짚어 가며 그들이 버린 게 뭔가 찾았습니다. 도망가는 와중에 버린 거면 분명 중요한 물건일 테니까.
그렇게 고속도로 갓길 주변을 뒤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뭔가 반짝이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들이 버린 건, 체크카드와 통장 수십개였습니다.
피해자들의 돈을 인출하는데 사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통장 뭉치에서 정말 중요한 단서, 계좌번호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인출된 피해 금액이 흘러 들어간 계좌였습니다.
이 계좌의 주인은, 불법 환전상이었습니다.
범죄 수익을 해외에서 직접 받으면 거래 내역이 남으니, 보이스피싱 조직은 불법 환전상을 통해 자금 세탁을 거쳐 돈을 전달 받았습니다.
불법 환전상의 계좌번호를 알아낸 안 형사는 '미친 짓'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불법 환전상한테 송금 받은 사람들의 계좌를 전부 동결시켜 버린 것입니다.
무려 189개의 계좌였습니다.
이렇게 계좌를 지급정지 시키자, 경찰서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유학생, 해외 사업자 등 환전 비용을 아끼고자 불법 환전상을 이용한 사람들이 돈을 못 찾으니 계좌를 풀어달라 난리를 쳤습니다. 안 형사는 이들에게 불법 환전을 한 건 사실이니, 억울하면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안 형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조사했는데, 세 사람만 제외하고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상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 세 사람 중 하나는, 중국을 오가며 중고차 무역업을 하는 장 씨였습니다.
장 씨는 직원들 월급계좌가 묶여서 월급을 못 쓰고 있으니 계좌를 풀어달라 했습니다.
두번째는, 퇴직 후 필리핀에서 동생과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박 씨.
그는 점잖은 목소리로 보이스피싱을 잡는데 뭐든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세번째는 중국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김 씨.
직업만 200명이 넘는 건실한 사업채라고 했습니다.
안 형사는 김 씨한테만 한국에 와서 직접 조사를 받으라 했습니다.
김 씨의 신상관계를 확인하다 보니, '조폭'으로 등재가 돼있던 것입니다.
김 씨는 흔쾌히 조사 받으러 오겠다고 했고, 실제로 경찰서에 나타났습니다.
형사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조사를 받은 김 씨는 불법 환전은 인정한다며 입건하면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보이스피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를 포함해 장 씨, 박 씨까지 세 명 모두 경찰에 소명 자료를 완벽하게 제출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전혀 문제 삼을 게 없었습니다.
안 형사는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189명 중에 분명 보이스피싱범이 있을 텐데, 어떻게 추적해야 할까...???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 창립자, 그의 반전 과거
그리고 얼마 후, 안 형사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바로 중고차 무역업자 장 씨였습니다.
형사님, 저 기억하십니까?
지금 만나주면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습니다.
안 형사는 곧바로 장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장 씨는 날도 흐린데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았습니다.
장 씨는 자신의 신변을 보장해 달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직원 월급을 줘야 하니 지급 정지된 계좌를 풀어달라 요청했던 장 씨.
알고보니 그 직원이란 사람들이 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라는 것입니다.
장 씨는 1년 전쯤인 2012년 청도에서 그들을 만났습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라 소개를 받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 관계를 맺었다고 했습니다.
어느날 그들은 장 씨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자기네 계좌가 범죄계좌로 오해를 받아 지급정지 됐으니 경찰에 소명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냐고. 장 씨는 좋은 마음으로 계좌 푸는 걸 도와줬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 장 씨는 그들과 급속도로 친해졌는데, 우연히 그들의 정체가 보이스피싱 조직이라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장 씨는 일단 자신이 눈치챘다는 걸 숨기고, 은밀하게 놈들의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장 씨가 술에 취해 정체를 안다고 실수로 말해버린 것입니다.
장 씨의 말에 그들의 눈빛은 싹 변했고, 장 씨에게 조용히 하라 경고하며 집단 구타했습니다.
장 씨는 그 길로 귀국한 후 안 형사한테 전화를 건 것입니다.
장 씨는 자기가 파악한 놈들의 정체를 그림으로 알려줬습니다.
보이스피싱 일당의 조직도입니다.
흡사 멀쩡한 기업체 조직도 같았습니다.
제일 아래쪽은 콜센터에서 피해자와 통화하는 팀원들인데 많을 땐 이 사람들이 2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관리하는 팀장, 그 위엔 그룹 계열사처럼 사장단이 포진돼 있습니다.
그리고 맨 위에 우두머리인 총책이 있습니다.
이게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실제 모습입니다.
가구공장으로 위장한 콜센터 내부 모습인데, 그냥 일반 회사 같은 모습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거대 조직의 우두머리, 총책의 정체입니다.
바로 조폭 출신 김 씨가 총책이었습니다.
자기 발로 경찰서를 찾아와서 보이스피싱은 모른다고 했던, 바로 그 사람.
보통 강심장이 아니였습니다.
"수사를 보이스피싱 때문에 시작을 했고, 최종 목표로 생각했던 게 눈 앞에 다가왔으니까.
찌릿찌릿 정도가 아니고 흥분 그 자체였죠.
그렇게 갈망하던 보이스피싱의 본체, 본진.
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총책.
드디어 누군지 특정했다는 게..."
-안정엽 형사
이게 끝이 아니였습니다.
동생과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박 씨.
보니까 이 사람도 보이스피싱 관련자였습니다.
이 박 씨의 정체는 더 놀라웠습니다.
알고보니 박 씨는 총책 위의 총책, 이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만든 창립자 박 회장이었습니다.
수사를 해보니 이 박 회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이 조직원들 사이에는 박 회장에 대해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박 회장이 중국 청도에 나타난 건 2010년.
당시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풍경은,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정찬민, 이수지가 하던 코너 '황해'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보이스피싱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 동포라, 특유의 억양이 있었고 수법도 원초적이고 허술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속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박 회장은 사람들을 더 잘 속이기 위해 세가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첫번째는, 목소리를 바꾸는 것.
박 회장은 콜센터 직원들을 한국에서 데려와서 표준어를 구사하고 신뢰감 가는 목소리를 선별했습니다.
두번째는, 보이스피싱 아이템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를 낚기 위해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3000만원까지
30분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누구나 한 번은 받아봤을 이 문자.
보이스피싱의 상징, '김미영 팀장'은 박 회장의 창조물입니다.
박 회장이 개발한 새 아이템은, 바로 대출사기였습니다.
박 회장의 세번째 변화는 수신자를 바꾸는 거였습니다.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된 사람들의 명단을 사들였고, 이미 빚이 많거나 신용도가 낮은 이런 사람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이런 박 회장의 수법들은 얼마나 성공했을까요?
"대출 받으려는 사람들은 돈이 없는데, 그 사람들한테 돈을 뜯어내는 거니까.
진짜 발상의 전환이죠.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을 만들면서 새로운 장을 연 거죠.
공범들은 '보이스피싱의 르네상스가 왔다'라고 이야기 했었어요."
-안정엽 형사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게 어떻게 실제로 가능했을까요?
비밀은 '디테일'에 있었습니다.
박 회장은 보이스피싱 대본, 일명 '멘트지'를 만들었습니다.
박 회장이 직접 대본을 쓰고, 전직 은행원이 감수를 했다고 합니다.
대본에는 은행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들로 대출을 위한 대사들이 적혀있고, 심지어 상대가 의심할 경우를 대비해 상황별 대처 멘트까지 상세히 적어놨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속여 돈을 뽑아낼지, 연구를 거듭해서 만든 치밀한 시나리오였습니다.
도대체 이 박 회장,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한 걸까요?
이게 박 회장의 과거 사진입니다.
경찰 제복을 입고 있지요.
박 회장은 알고보니 전직 경찰이었습니다.
그것도 사이버 범죄 수사대 소속이었습니다.
그는 보이스피싱범들을 수사하던 경찰이었습니다.
힘든 사람들의 희망을 노린, 악랄한 수법
과연 이놈들은, 어떻게 피해자를 낚는 걸까. 실제 이 박 씨 조직의 콜센터에 있던 사람을 '꼬꼬무'가 직접 만났어.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합니다.
한국이 한 시간 늦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금융권이 9시에 시작하잖아요.
9시부터 4시까지, 장 마감이 오후 4시니까.
12시에 점심시간 빼고 나머지는 계속 전화 통화하면서 이어가는 거죠."
- 보이스피싱 콜센터 제보자
실제 은행 운영시간에 맞춰 똑같이 일을 시작하는 콜센터 직원들이 전화기 앞에 앉으면, 곧바로 오늘 전화할 사람들의 전화번호와 개인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나눠줬습니다.
거기엔 직업, 대출 이력, 대출 희망 금액, 거절 사유, 신용불량, 대출 한도 초과, 개인 회생 이력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타깃이 언제 은행에 대출을 시도했고, 얼마를 원했는데 거절 당했는지, 그런 내용이 다 들어있는 것입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는 XX은행의 장ㅇㅇ 대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며칠 어디 은행에서 얼마를 대출 원했지만, 거절 당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정확히 알고 있으니, 피해자는 전화상대가 은행 직원이 맞다고 믿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때, "제가 살펴보니까 대출이 가능하실 거 같아 전화드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살짝 의심스럽긴 해도, 대출이 된다는 솔깃한 제안에 돈이 필요한 피해자는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구하는 서류를 알려준 팩스번호로 보냈습니다.
"빠르면 오늘 중으로 원하는 1000만원 받아볼 수 있다"는 장 대리의 말에 피해자는 희망이 솟아났습니다.
장 대리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천사 같았습니다.
바로 이 때,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고객님의 신용 평점이 워낙 낮으시잖아요.
대출을 받으시려면 보증이 필요한데, 보증보험 가입 비용이 13만원 정도인데, 가능하실까요?"라고.
1000만원을 대출해 준다는데, 13만원이 대수야? 그래서 그 13만원을 당장 보냅니다.
그게, 보이스피싱 피해의 첫 시작입니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엔 XX은행 결재팀의 김미영 팀장이라고 합니다.
서류를 받았는데 신용 평점이 너무 낮아 대출을 못 해주겠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일부러 '밀당'을 하는 것입니다.
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 피싱범 장 대리입니다.
장 대리는 원래는 대출이 안되는데 방법이 있긴 하다며, 6개월치 이자 200만원을 선납하면 대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200만원이란 말에 부담스러워 하니, 장 대리가 너무 안타까워하며 절반인 100만원을 자기 사비로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장 대리가 얼마나 고맙겠어요.
1000만원 대출이 코 앞인데, 피해자는 100만원을 보낸 후에 대출금이 들어오길 기다렸습니다.
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에도 장 대리인데, 피해자가 과거 대출받은 이력을 들먹이면서 금감원에서 대출한도 초과라 대출이 불가하다고 했다고 말합니다.
대출을 해주고 싶은데 너무 안타깝다며,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대출이 안 나온다고 혼내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 물으면, 거기서 금액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때 장 대리는 다시 당근을 내밀었습니다.
대출을 받으려면, 빚 갚을 소득이 있는 척 꾸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건 본인들이 할 테니 작업에 필요한 300만원을 보내라고 합니다.
금액이 커지니 피해자는 불안해 할 때, 이 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돈은 대출을 받으면
다 돌려드려요.
은행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실제로 장 대리의 이름이 있으니 피해자는 더 믿게 됍니다.
당연히 피싱범이 실제 있는 이름을 도용했으니....
그렇게 피해자는 주변 돈을 어떻게든 끌어 모아, 힘들게 300만원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전화가 옵니다.
이번엔 금감원입니다.
금감원 직원이란 사람은, 서류 조작해서 대출 받는 거 불법인지 몰랐냐며, 불법대출을 시도했으니 벌금 700만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고객이 400만원, 불법 대출을 해준 은행이 300만원을 부담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출도 안 된다고 합니다.
본인이 불법 대출에 가담했다고 생각한 피해자는, 또 어떻게든 주변 돈을 끌어 모아서 400만원을 보내라고 합니다.
장 대리, 김미영 팀장, 그리고 금감원 직원까지 전부 다 보이스 피싱범들입니다.
셋이서 이 피해자 한 사람의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작전회의 끝에, 금감원 직원이 다시 피해자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절대 안되는 대출이지만, 장 대리 얼굴 봐서 대출은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이쯤되면, 피해자는 장 대리를 운명 공동체처럼 생각했습니다.
여러 차례 통화하며 장 대리와 호칭도 친근해집니다.
"어느 순간 가족이 되는 거예요.
'선생님' 됐다가 '고객님' 됐다가, 나중에 친해지잖아요?
그럼 '엄마'라고 합니다.
'이렇게 했는데 왜 돈이 안나오냐?' 하면, '엄마가 더 노력해봐라.
내가 엄마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지 나 좋으라고 이러는 거 아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죠."
- 보이스피싱 콜센터 제보자
그 후로도 온갖 명목으로 입금을 요구합니다.
불법 조회 기록을 삭제해야 한다, 전산 처리 비용이 든다, 이러면서. 심지어 처리 과정이 오래 걸려서 대출이 취소됐다면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보낸 돈은, 대출 희망 금액을 넘습니다.
1000만원 대출 받으려다가 5000만원을 보낸 사람도 있습니다.
당시 50세 싱글맘이었던 윤지은(가명) 씨도 피해자 중 한 사람입니다.
"또 보내고 또 보내고. 얼마 보내면 바로 대출금 보내겠다.
5~6일 동안 수백통의 전화를 한 거 같아요.
'찾으려면 돈을 보내야 한다' '내가 보낸 돈 받아야겠다' 대출은 둘째 문제고 내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생각에 더 빠져든 것 같아요.
이제 물불 안 가리고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빌리고. 아들 보험까지 해약해서 한 입에 다 털어넣은 거죠."
-윤지은(가명). 당시 50세 싱글맘,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3천만원 피해
아직 끝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느껴지는데, 더 이상 피해자한테 나올게 없다고 생각하면 마지막 작업에 들어갑니다.
장 대리가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피해자가 울면서 애원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 끝났다. 10만원만 더 보내면 된다"며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쪽 빨아 먹는 것입니다.
그제야 피해자들은 사기라는 걸 깨닫습니다.
"죽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죠.
내가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그런 생각을 하면, 제가 싱글맘이니까.
제가 죽으면 자녀들 걱정, 자녀들 때문에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지만.
많이 힘들었어요.
그게 있잖아요.
돈만 잃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이 완전 바보가 되더라고요.
신임도 잃고.
그래서 그거 회복하는데 참 세월 많이 흘러요."
-윤지은(가명). 당시 50세 싱글맘,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3천만원 피해
이 보이스피싱 조직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습니다.
일주일에 무려 4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땐 속일 사람도 많고 돈 보내는 사람도 너무 많은데, 대포통장이 모자라서 그 돈을 다 못 받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조직의 사장단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휘감고, 주말마다 유흥가를 누비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10년 간의 추적, 10년 만에 지킨 약속
이제 정체를 알았으니 이 악마 같은 놈들 잡아야 했습니다.
근데 이 조직의 본거지는 중국입니다.
안 형사는 공안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석달 만에 온 답은 '협조 불가'였습니다.
그럼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최대한 이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왔을 때 국내에서 검거해야했습니다.
목표로 잡은 날짜는 추석입니다.
조사해보니, 이 조직원들이 지난 설날에 한국에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그럼 이번 추석 때도 많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한 안 형사는 일당의 출입국 상황을 24시간 감시했습니다.
드디어 조직원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하나, 둘 계속 입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총책이 안 들어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총책이니, 총책이 들어와 있는 시점, 그리고 사장단, 팀장급이 가장 많이 들어와 있을 때를 검거 디데이로 잡고 기다렸습니다.
점점 입국하는 조직원 수가 늘어나고, 입국자가 20명을 넘었습니다.
총책을 기다리며 애가 타는 순간, 드디어 총책 김 씨가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아직 입국 전입니다.
바로 그 때, 서열 6위 정도 되는 사장급 조직원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몇시간 만에 바로 다시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어? 혹시 정보가 새어 나갔나?" 싶었어. 더는 못 기다렸습니다.
들어온 놈들이 다시 나갈 수도 있으니 바로 출국금지를 시켰습니다.
총 28명이 포위망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총책부터 검거 후 나머지 조직원을 체포하는 계획을 세우고, 경찰서 모든 인력이 연휴를 반납하고 총동원 됐습니다.
조직원들이 이용하는 차량을 특정하고, 총책 김 씨의 차량을 발견해 은밀히 추적했습니다.
총책 차가 주택가로 들어섰고, 작전이 개시됐습니다.
형사들이 긴밀하게 움직여 주차하는 척 양쪽 골목 입구를 막고 도주로를 차단했습니다.
김 씨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안 형사가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철컥, 수갑을 채웠습니다.
서열 1위 총책의 검거와 동시에 나머지 조직원을 일제히 잡아 들였습니다.
총 44명이었습니다.
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543명입니다.
이렇게 대규모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을 소탕하고 총책까지 잡은 건 이 때가 대한민국 최초입니다.
근데 아직, 총책 위의 총책, 박 회장을 못 잡았습니다.
박 씨에겐 인터폴 적색 수배가 떨어졌습니다.
인터폴 수배 단계 중 가장 강력한 조치입니다.
박 씨는 전세계에서 쫓기는 신세가 됐는데, 수사망이 좁혀오자 종적을 감췄습니다.
8년이 흐른 2021년, 드디어 박 씨를 목격했다는 첩보가 입수됐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박 씨는 가명을 2개나 쓰며 조용히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필리핀 이민청과 무장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2021년 10월 4일 필리핀에서 마침내 박 씨를 체포했습니다.
수화기 너머 그 목소리를 쫓기 시작한지 10년만입니다.
안 형사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안 형사는, 햇병아리 순경 시절 만난 동갑내기 그녀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간절하게 바라보던 그 눈빛을 떠올렸습니다.
"저도 하다 보면 어떤... 뭐라고 해야 될까요.
번아웃되는 경우들이 생기잖아요.
슬럼프가 오는 경우도 있고, 일을 하기 싫을 때가 올 때도 있고.
그 분을 종종 생각을 해요. 떠오를 때가 많죠.
내가 그 당시에 지금 내 상황이면, 내가 잡아줄 텐데. 빨리 잡았다고 하면, 그 사람이 생각을 달리하지 않았을까."
-안정엽 형사
2013년에 검거된 범인들 총책 김 씨에겐 법원에서 형량을 징역 9년, 사장급 조직원들에겐 징역 5~6년이 선고됐습니다. 2021년 검거된 박 씨는 아직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현재도 필리핀 이민청 수용소에 수감 중입니다.
현지에서 연루된 다른 사건의 조사가 안 끝나서, 아직 송환이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환이 이뤄져야 재판과 처벌이 가능합니다.
박 씨는 검거됐지만, 보이스피싱 수법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신종 수법들이 넘쳐납니다.
보이스피싱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요?
안 형사는 꼭 그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30대 내 인생을 한 단어로 요악한다면, '보이스피싱' 이에요.
제가 노력했던 것보다 운이 좋게 큰 조직을 검거하게 됐고, 보이스피싱과 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죠. 보이스피싱이 사라질 때까지는 계속 수사를 할 생각힙니다."
-안정엽 경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더 이상 보이스피싱은 잡을 수 없는 범죄가 아닙니다.
이젠 반드시 잡히는 범죄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보이스피싱에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은 금전적 피해로 끝나지 않습니다.
절박했던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 희망과 공포를 넘나들면서 느낀 절망감, 마음의 상처가 엄청납니다.
그리고 다른 범죄는 보통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감싸주는데,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바보같이 그걸 당하냐"며 비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도 그러진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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