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에 격암유록의 조작 여부가 세간에 화제거리로 등장한 바 있었다.
[위대한 가짜 예언서 격암유록](김하원, 만다라, 1995)이라는 단행본이 출간되기도 했으며, MBC-TV의 [PD 수첩]을 통해 <예언인가 조작인가>-격암유록의 정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1995. 9.26)되기도 하였다.
이들이 조작 가능성을 제시하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격암 남사고가 직접 쓴 격암유록 원본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다만 필사본만이 발견되어 1977년이 되어서야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한자 표기법 일부가 현대어로 되어 있고, 일부 내용에 기독교의 성경을 베낀 흔적이 있다는 점이다.
셋째, 특정인과 특정 종교 단체를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격암유록은 위서僞書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격암유록의 예언 내용을 주의 깊게 분석해 보면, 일부 내용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격암유록 예언 내용이 전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격암유록을 무조건 신봉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일부 내용에 조작의 흔적이 엿보인다고 해서 격암유록 전체를 부정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태도이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책으로 인정받는 성서, 불경, 사서삼경, 도덕경과 같은 기성종교의 경전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 본래 내용이 왜곡, 변형, 삭제, 첨가되어 왔다. 이런 현상은 특히 기독교 신약성서의 형성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기성종교의 경전 형성과정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종교적 측면에서 그 경전의 권위를 인정하는 근본 이유는 어디 있을까? 그것은 그 경전의 말씀이 진리를 깨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격암유록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내용에 왜곡, 변형, 첨삭된 흔적이 있지만, 그 속에는 분명히 인류의 미래상과 구원의 길을 후손에게 알려 주는 선인의 예지력이 살아 숨쉬고 있다.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귀한 옥玉과 쓸모없는 돌[石]이 섞여 있을 때 두 가지를 모두 버린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예리한 시각으로 돌무더기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옥을 가려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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