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강화도 해병대 총기탈취 사건 박영철 상병 희생 2007년 범인 조영국 출소 꼬꼬무

by 충격대예언 2023. 1. 27.

강화도 해병대 총기탈취 사건 박영철 상병 희생 2007년 
범인 조영국 출소 꼬꼬무

[글 포스팅 순서]

1. 사라진 K2 - 2007 해병대 총기탈취범과의 일주일
2. 차량 절도, 총기 탈취를 위한 밑그림
3. 극악무도한 범인, 안타깝게 희생된 군인
4. 되찾은 무기
5. 어이없는 범행의 이유
6. 납득하기 어려운 감형, 우리가 기억해야 할 희생

7. 김명철 실종 사건 꼬꼬무 증발한 남자와 쌍둥이 이관규 형제 사라진 약혼자
8. 김미영 팀장 꼬꼬무 보이스 피싱 범인 검거 경찰 신상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 58회 게스트
9. 꼬꼬무 봉대산 불다람쥐 범인 울산 연쇄 산불 방화사건 방화범 형량

 

 

사라진 K2 - 2007 해병대 총기탈취범과의 일주일

1월 26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꼬꼬무 시즌3)' 63회에서는'내 꿈은 가난하지 않았다 ‘사라진 K2 - 2007 해병대 총기탈취범과의 일주일'이러눈 주제로 우리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2007년 그날의 이야기를 조명했습니다.

이야기 친구로 게스트는 배우 이훈, 최귀화, 그룹 앨리스 멤버 소희가 출연했습니다.

차량 절도, 총기 탈취를 위한 밑그림

때는 2007년 10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중고차 매장에 한 손님이 그랜저를 타고 왔습니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손님은 "지프차를 보고 싶다"며 매장을 둘러보다가 한 대를 딱 가리켰습니다.

사륜구동 코란도.
당시 뭇 남성들의 로망이던 차입니다.
차를 시승하고 싶다는 말에 직원은 남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본인이 직접 차를 몰아보고 싶다고 했고, 직원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남자가 잽싸게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철컥 문을 잠갔습니다.

그리고는 혼자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기가 타고 온 차는 중고차 매장에 그대로 두고 가버린 남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차적조회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타고 왔던 그랜저는 이틀 전에 강남에서 도난신고가 된 차였습니다.
훔친 그랜저를 버려두고, 또 다른 차로 코란도를 훔쳐 도망간 것입니다.

그 남자가 훔쳐간 코란도의 번호는 '경기 나9148'.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CCTV나 목격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를 만났던 중고차 매장 직원들을 통해, 그 남자는 '키가 170cm 정도이고 이국적으로 생긴 외모'였다는 증언 정도만 확보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피해자들도, 경찰도, 그땐 미처 이 연쇄차량절도 사건이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일의 시작이라는 걸 몰랐다고 합니다.

코란도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2개월이 지난 2007년 12월 6일. 
이천에서 도난된 코란도 차량이 두 달 뒤에 강화도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차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차량 번호가 '9148'에서 '9118'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차량 앞에 '캥거루 범퍼'라고 검은색 구조물이 장착됐어습니다.
캥거루 범퍼는 보통 범퍼보다 충돌했을 때 9배 정도의 충격이 가해진다고 합니다.
그럼 이게 단순히 차량 절도가 아니라, 사람을 칠 목적으로 훔쳐갔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차량 절도범의 진짜 목표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오늘 저녁 강화도에서 괴한이 차를 몰고 근무 중인 군부대 초병을 친 다음 총기와 실탄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오늘 오후 5시 50분쯤 인천 강화군 초지리 어시장 앞 도로에서 괴 차량인 군 초병 2명을 치고 총기와 실탄을 탈취해 달아났습니다. 
사고를 낸 차량은 구형 코란도로 도로를 따라 걷던 두 병사를 뒤에서 들이받은 다음 총기 1정과 실탄 75발 유탄 6발과 수류탄 1발을 탈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내용 中

놈의 진짜 목표는 바로 이거, 총이었습니다.
유효사거리 600m, 최대 사거리 3,300m인 K2 소총.
그리고 실탄 75발, 유탄 6발, 거기에 살상반경이 15m인 수류탄까지 가져갔습니다.
군인, 그것도 해병대를 공격하고 이 많은 무기를 탈취해 간 것입니다.
이 무기를 가져간 사람이 민간인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를 지도 모르는 일촉즉발 상황이었습니다.
군과 경찰은 달아난 범인을 찾기 위해 총력을 쏟았습니다.
강화도 진출입을 다 막고 강도 높은 검문 검색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5시간 후, 강화도에서 90km 떨어진 경기도 화성에서 "논에 불이 났으니 빨리 와서 꺼달라"는 신고전화가 접수됐습니다.
용의 차량인 코란도가 불에 탄 채로 발견된 것입니다.
범인이 차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것입니다.
전소된 차량을 정밀 수색 했는데 탈취한 무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캥거루 범퍼도 떼어 갔고, 범인의 지문 하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게, 겨우 5시간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범인은 검문검색을 비웃기라도 한 듯 화성까지 넘어가서 차량을 불에 태우고 종적을 감췄습니다.

살상 무기를 지닌 범인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어떻게든 빨리 범인을 잡아야 했습니다.
수도권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습니다.
군경은 사건 당일 코란도의 행적부터 살폈습니다.
사건 당일 오후 5시 40분, 범인은 강화도 초지리에서 총기를 탈취하고 2분만에 강화도를 벗어났습니다.
검문검색 실시 전에 이미 강화도를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6시 10분 김포시 양곡리를 지나, 7시 10분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도주했습니다.
7시 38분, 청북톨게이트를 통과한 후 10시 40분 화성시에서 전소된 코란도가 발견됐습니다.

일단 이 범인의 얼굴을 확인해야했습니다.
톨게이트 지날 때 통행료를 내는데, 청북톨게이트 요금소 직원이 범인을 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코란도 한 대가 톨게이트를 그냥 통과하려고 해서 급히 차를 세웠다는 것입니다.
운전석의 남자는 우비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리지 않고 팔만 뒤로 내밀어 돈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원이 남자의 얼굴을 못 봤다는 것입니다.
톨게이트의 CCTV 당장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의 코와 입, 얼굴 일부분만 찍혔습니다.
우비를 쓰고 햇빛 가리개를 내리고 각티슈까지 앞에 뽑아 놓아 CCTV 촬영에 대비한 것입니다.

이 사진만으로 범인의 얼굴을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놈의 얼굴을 확실히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범인의 얼굴을 본 유일한 사람은 범인에게 총을 뺏긴 해병대원들이었습니다.
총기를 탈취당한 그날, 해병대 병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극악무도한 범인, 안타깝게 희생된 군인

사건이 일어난 곳은, 강화도 안에 소황산도라는 곳입니다.
2007년 그날을 기억하는 소황산 분초 대원들이 이번에 '꼬꼬무'를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2007년 봄쯤인가 소황산 분초로 저희가 들어간 걸로 기억해요.
그 사건이 터지면서 아주 지옥 같은 동네구나..."

-송명근, 당시 상병

"제가 당사자였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내가 나갔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그런데 여러 번 생각해 봐도, 오히려 저는 저렇게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박정환, 당시 병장


이분들은 분초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초는 인원 10명 정도의 작은 내무반이라 생각하면 됍니다.
강화도를 둘러싼 해안선이 길어서 군인을 소규모로 나눠 배치하는 것입니다.
적은 인원이다 보니 시설은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병대는 사건이 터진 12월 6일 저녁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입대 7개월차인 박영철 일병, 당시 20세였습니다.
해병대는 100% 자원입대입니다.
대구가 고향인 박 일병은 해병대에 오려고 두 번이나 도전했습니다.
해병대를 나와 훌륭한 경찰이 되는게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대를 서두른 또 하나의 이유, 누나까지 두 사람의 등록금을 내야하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박 일병은 군 월급마저 모아서 집에 보내던 효자였습니다.

박 일병과 함께, 전역 2개월 앞둔 이 병장이 근무를 나갔습니다.
바닷가 앞이라서 뼈가 시린 강화도, 추위에 대비해 군복 안에 내복을 껴입고 귀에는 귀마개, 온몸을 핫팩으로 무장했습니다. 그리고 총과 탄통을 매고 근무에 나섰습니다.

분초원들은 차가 없어서, 30~4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날 박 일병과 이 병장이 근무를 설 곳은, 제일 끝에 위치한 초소였습니다.
오후 5시 30분. 갯벌 위 제방도로를 두 병사가 걷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진눈깨비가 날렸습니다.
하얀 눈을 맞으며 걷는 박 일병과 이 병장. 근데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코란도 그 범인이었습니다.

코란도가 천천히 움직여 두 병사들과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더니 코란도가 두 병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습니다.
순식간에 박 일병을 치고 곧바로 조금 앞에 있던 이 병장까지, 두 병사를 뒤에서 들이 받았습니다.
'캥거루 범퍼'를 단 차량에 치인 두 사람은 붕 떠서 길바닥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박 일병은 의식을 잃었고, 이 병장은 몸을 못 가눴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교통사고라 생각했습니다.

진회색 모자를 눌러쓰고, 베이지색 사파리를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로 이 병장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곤 "죄송합니다. 어디 다친데 없어요?"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이 병장은 자기를 부축하러 온 줄 알았습니다.

이 병장을 살펴보던 남자가 주머니에서 한쪽 손을 쓱 빼는데, 뭐가 반짝거려. 25cm 정도 길이의 칼이었습니다.
안심시키는 척 하면서, 그 칼로 공격한 것입니다.
범인은 이 병장의 총을 뺏으려고 손과 허벅지를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병장은 칼에 찔리면서도 총을 지키기 위해 계속 막아섰습니다.
개머리판으로 놈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그 바람에 놈이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갔습니다.
이 병장의 눈에, 범인의 얼굴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놈이 칼로 이 병장의 얼굴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이 병장을 발로 차서 길 아래 갯벌로 밀어 버렸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놈은 쓰러진 박 일병에게 다가갔습니다.
소총을 뺏으려는데, 소총 끈이 박 일병의 손목과 팔에 칭칭 감겨있었습니다.
순간 의식이 돌아온 박 일병이 총을 뺏기지 않으려고 소총 끈을 잡고 버틴것입니다.
계속 총을 잡고 버티니까, 놈은 다른 쪽 주머니에 있던 두번째 칼도 꺼냈습니다.
박 일병의 등, 허벅지, 옆구리 등 무려 7군데를 찔렀습니다.
그렇게 범인은 이 병장에게서 소총, 박 일병에게서 탄통을 빼앗아 도망갔습니다.

아까부터 내리던 눈은 비로 바뀌고, 두 병사는 그 빗속에서 의식이 흐려졌습니다.
얼마 후, 인근 주민이 두 사람을 발견해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분초 대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그 독한 훈련을 해 온 해병대원들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었습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동료들을 눈 앞에서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박 일병과 이 병장은 인근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습니다.
이 병장은 수술을 받고 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런데 7군데나 찔린 박 일병은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강화병원 가기 한 10분 전인가. 
(영철이가) 누워있었는데, 손이 떨어지더라고요."
-박정환, 당시 병장

"영철이가 하늘에 먼저 갔다. 
먼저 갔다고 그 얘기를 들었어요."
-송명근, 당시 상병

피를 흘리면서도 마지막까지 총 끈을 놓지 않았던 박영철 일병은 20살 너무 어린 나이에 그렇게 희생됐습니다.
차로 뒤에서 치고, 칼까지 휘둘러 총을 빼앗아 간 범인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한 걸까요?

 

 

되찾은 무기

며칠 뒤 경찰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범인의 코란도가 사건 2주 전에 강화도에 수차례 다녀간 게 확인된 것입니다.
진짜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이란 의미였습니다.
특히나 끝에 있는 초소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인데 범행 수법이나 행적을 봤을 때, 경찰은 이 부대 전역자일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대를 전역한 사람은 만명도 넘었습니다. 그걸 다 수사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용의자를 좁힐 만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하나는 격투 중 현장에 떨어진 범인의 모자.
또 이 병장이 휘두른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은 범인도 부상을 입었으니, 어딘가 혈흔이 묻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 병사의 소지품을 정밀 감식했습니다. 감식결과, 딱 한 군데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됐습니다.
바로 박 일병의 귀마개.
박 일병이 범인과 몸싸움 할 때 혈흔이 묻은 것입니다.
이 귀마개와 이 병장의 기억을 토대로, 범인의 신상이 좁혀졌습니다.

용의자의 혈액형은 AB형, 키는 170~175cm 사이의 30대 남자.
용의자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수배했습니다.
이후 제보전화가 계속 들어오는데 범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기를 갖고 있는 범인이 계속 안 잡히고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게다가 이땐 2007년 12월에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총기탈취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태안 앞바다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있었고, 또 17대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이 이 사건에 바짝 긴장했습니다.
사건 3일 전에 유세하다가 계란을 맞는 일이 있었는데, 한나라당 사무실로 이런 협박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총기탈취범이라 하면서, 이명박 후보와 김종필 전 총재를 보면 위해를 가하겠다고…"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

이명박 후보는 야외 유세를 전부 취소하고, 인근 건물 옥상에 저격수까지 배치했습니다.
이 후보 본인은 방탄복까지 입었다고 합니다.

사건발생 6일째, 범인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했습니다.
경찰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날, 아주 의외의 곳에서 끊겼던 범인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바로 부산에서 이런 편지가 발견됐습니다.

'경찰서 보내주세요. 총기탈치범입니다'라고 쓰여있는 편지가 부산 연제구의 한 우체통에 들어 있었습니다.
맞춤법도 틀리고, 어린 아이가 쓴 글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편지 내용도 희안했습니다.

"저는 이번 총기사건의 주범입니다. 
먼저 저의 잘못으로 희생된 일병의 죽음에 큰 사죄를 드립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자수를 하고자 결심했습니다. 
먼저 총기는 고속도로 백양사 휴게소 지나자마자 옆 가에 버렸습니다. 

민간인으로부터 모자 혈액 등 구입, 범행현장에 방치 수사망을 돌림. 
이로 인해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를 준 점 사과드립니다. 

군의 민간범죄참여로 삼권 분립의 의미를 무색케 했으며, 한국식 민주주의가 또 다시 5.18 광주사태와 같은 일, 또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살인을 범했지만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해 주시길 바라며…"

-범인이 보낸 편지 내용 中

자기가 범인이고, 총을 버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찾은 단서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려운 말을 쓰며 횡설수설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확인은 해봐야했습니다.
군경이 장성의 백양사 휴게소로 출동했습니다.
천여명이 투입돼 주변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과연, 총이 있었을까요?

"부산 연제구 우체통에서 '총기 탈취범입니다'라는 편지를 발견하여, 전일 20시경부터 수색을 시작하여 금일 8시 40분경 백양사 휴게소 200미터 부근 수로 내에서 K2 소총 1정, 실탄 75발, 유탄 6발, 수류탄 1발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로써 강취 피해품 전부를 회수하였습니다."

-김철주, 당시 인천지방경찰청장

범인이 쓴 편지가 맞았습니다.
그럼 편지를 보낸 진짜 이유는 뭘까요?
알 수 없는 범인의 행동.
근데 사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이없는 범행의 이유

편지에서 범인의 지문이 나온 것입니다.
채취한 지문에 의해서 피해자 인적 사항이 특정됐습니다.
국과수에서 대조한 결과, 용산구에 거주하는 한 남성의 지문과 일치했습니다.
용의자 남자는 35세 조영국 씨.
주민등록정보에서 조영국 씨의 얼굴 사진도 확인했어습니다.
곧장 용산서에 용의자 검거 지시가 떨어졌고, 경찰들은 조씨 검거 작전을 준비했습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째인 12월 12일. 
조영국씨가 종로에 나타날 거란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휴대폰 실시간 위치를 확인해 주변을 포위하다시피 둘러쌌습니다. 오후 3시, 조씨가 나타날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한 남자가 귀금속 상가에서 걸어나왔습니다.
살펴보니까, 사진 속 그 남자였습니다.
경찰이 다가가 조씨 본인이 맞냐고 물으니, 남자가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찰들이 쫓아가 그를 잡았습니다.
강화도 해병대 총기탈취 용의자 조영국씨는 일주일만에 그렇게 서울 한 복판에서 검거됐습니다.

해병대를 공격해 총기를 탈취한 범인은 예상 외로 체격이 왜소했습니다.
범인은 북에서 침투한 간첩도, 해병대 전역자도, 특수부대 출신도 아니었습니다.
조씨는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보석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엔 온순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주변 사람들도 조씨가 총기 탈취범일거라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씨의 방에서, 아무도 몰랐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조씨의 수첩에는 캥거루 범퍼 설계도가 나왔습니다.
금속공예를 전공한 조씨가 직접 만들어 코란도에 설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차량 번호판도 본인이 직접 위조를 했습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게 있었습니다.

"우라늄 235, 24만명 폭약, 16시간 불바다, 6천도 태양 겉 온도, 30만명 리틀보이, 우주전쟁, 수소폭탄, 원자탄..."

조씨의 메모에는 북한 관련 내용이나 원자폭탄 같은 무기에 관련된 내용이 수두룩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씨가 과대망상적인 사고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조씨의 집에서 공기총과 전기충격기 등 다양한 무기들이 발견됐습니다.

조씨의 인터넷 블로그에서는 스스로 다중인격이라고 주장하면서 적개심과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느끼는 이 기분은 뭘까. 적개심. 그 속에 내재된 방어본능", "목적 달성에 대한 강력한 본능적 욕구 그런 걸까. 아니면 또 다른 내면의 자아일까? 난 다중인격일까?" 등의 글을 적으며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범인 조영국 씨는 범행을 인정했지만, 총기 탈취 이유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충동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궂은 날씨에 강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흉기를 갖고 강화도를 배회했다며,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씨가 정상적인 심리상태가 아니거나, 평소에 상당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찰은 계속 조씨를 추궁했고, 결국 조씨가 이유를 털어놨습니다.
조씨가 총기를 탈취한 진짜 이유는, 애인과 헤어진 뒤 세상이 주목할 범죄를 저질러 보겠다고 꾸민 단독 범행이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될 수 있을 만한 대형 사고를 일으켜서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파멸하는 모습을 전애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전애인이 고통을 받는 복수를 하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전병창, 당시 해병대 헌병단장

범행 장소를 강화도로 택한 건, 조씨가 평소 그 쪽으로 자주 낚시를 다녔는데, 병사들이 총을 들고 도보로 이동하는 걸 봐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코란도가 불탄 화성에는 조씨의 개인창고가 있었습니다.
도주 후 창고에 숨어서 범퍼도 떼고 총기도 숨겼습니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인근 논으로 코란도를 끌고 가서 불을 지르고 도망간 것입니다.
이후 뉴스를 계속 보며 상황을 파악한 조씨는 범인의 DNA가 확보됐단 소식을 듣고 총을 버리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가용, 버스, 기차 등을 갈아타며 총을 들고 전남 장성까지 간 것입니다.
황당하게도 단 한 번도 검문검색에 걸린 적이 없었습니다.
총을 버리고 난 뒤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편지를 쓰면서도 단서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끼고 왼손으로 썼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부칠 때 맨손으로 만지며 지문이 남은 것입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감형, 우리가 기억해야 할 희생

자신이 파멸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죄 없는 병사를 해치고 온나라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박영철 일병의 영결식이 치러졌습니다.
사건 당일, 대구에서 올라온 박일병의 부모님은 변변한 상복도 못 챙겨 입으시고 아들의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아들이) 죽었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진눈깨비가 오고 비가 오고 이랬으니까.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몇키로를 달려 갔는데.
마지막 모습은 눈 감은 거 밖에 못 봤습니다."

-박종영, 故박영철 일병 아버지

12월 8일, 유가족과 해병대 동료들의 눈물 속에 박일병의 영결식이 거행됐습니다.

조영국씨는 민간인 신분이지만 군 무기를 탈취하고 군인을 해쳤기 때문에 군사법정으로 넘겨졌습니다.
군 형법상 군인을 공격하는 건 무기징역에서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는, 국가안보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였습니다.
범인 조영국 씨는 형량이 초병 살해 및 상해, 총기 탈취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법정 최고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씨가 항소했습니다.
2심에선 조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습니다.
판결문엔 이렇게 쓰였습니다.

"피해자들의 근무 장소가 민간 횟집과 숙박업소가 산재하고, 민간인의 통행이 자유로운 곳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초병인지 인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또한, 피고인이 처음부터 칼을 쓰지 않았다는 점 등을 비추어보면 살해할 고의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당하다. 

편지를 써서 총기가 회수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고등교육을 이수하여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피고인이 교화,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원심의 사형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15년에 처한다."


초병. 즉 근무중인 군인이 범행 당한 위치가 민간인도 통행하는 길이라서 초병살인죄가 아닌, 일반살인죄가 적용됐습니다. 박일병 유족이 선처하거나 합의한 적도 없는데, 15년형은 대법원에서 확정이 났습니다.

범인 조영국 씨는 최근 근황은 형기를 마치고 2022년 12월 11일 출소했습니다.

사건 후, 무사히 대통령 선거도 치러졌고, 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 앞바다도 국민들 노력 덕분에 예전 모습을 되찾아 갔습니다.
두 병사가 겪은 피해는 적군과 싸우다가 벌어진 일이 아니란 이유로 조금 더 조용히 묻힌 게 사실입니다.
당시 다른 큰 이슈 때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이때 가장 비수가 된 말은 "어떻게 해병대가 총을 뺏기냐"며 피해 병사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박일병과 우리 군의 명예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 까봐,  박일병 가족들은 지난 16년간, 재심을 신청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도 전혀 못 했다고 합니다.
내 아들이지만, 나라에 맡긴 군인이니까요.

"박정환 병장이 '이제는 총을 놔도 된다' 그 말을 듣고 영철이가 줄을 놨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목숨 같은 병기를 정말 목숨을 잃어가면서까지 지킨 사람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송면근, 당시 상병

"힘들고 무서웠을 거잖아요. 
그 상황 자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걱정하지 말고 좀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모든 분초원들이 다 같은 생각이지만, 너는 충분히 잘했고. 
진정한 해병이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박정환, 당시 병장

"날씨가 안 좋으면 아들 생각이 나요.
만약에 듣는다면.. 너 자랑스럽다.
죽었지만, 자랑스럽다…말해주고 싶어요."

-박종영, 故박영철 일병 아버지

탈취된 무기는 전부 돌아왔지만, 한 명의 군인이자 한 명의 아들이었던 박영철 일병만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박영철 일병은 사망 후 한 계급 추서되어 지금은 고 박영철 상병입니다.

 

 

김명철 실종 사건 꼬꼬무 증발한 남자와 쌍둥이 이관규 형제 사라진 약혼자
 

김명철 실종 사건 꼬꼬무 증발한 남자와 쌍둥이 이관규 형제 사라진 약혼자

김명철 실종 사건 꼬꼬무 증발한 남자와 쌍둥이 이관규 형제 사라진 약혼자 [글 포스팅 순서] 1. 김명철 실종사건-증발한 남자와 쌍둥이 형제 2. 김명철 실종사건 개요: 사라진 약혼자 사건 3. 드

choonggyuk.tistory.com

김미영 팀장 꼬꼬무 보이스 피싱 범인 검거 경찰 신상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 58회 게스트

 

 

김미영 팀장 꼬꼬무 보이스 피싱 범인 검거 경찰 신상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 58회 게스트

김미영 팀장 꼬꼬무 보이스 피싱 범인 검거 경찰 신상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 58회 게스트 [글 포스팅 순서] 1. 사람을 죽이는 목소리 발신 '김미영 팀장' 2. 김미영 팀장의 정체 3. 보이스 피싱 범인

choonggyuk.tistory.com

꼬꼬무 봉대산 불다람쥐 범인 울산 연쇄 산불 방화사건 방화범 형량

 

 

꼬꼬무 봉대산 불다람쥐 범인 울산 연쇄 산불 방화사건 방화범 형량

꼬꼬무 봉대산 불다람쥐 범인 울산 연쇄 산불 방화사건 방화범 형량 [글 포스팅 순서] 1. 봉대산 불다람쥐와의 숨바꼭질 2. 10년간 100번, 산에 계속 불을 지르는 '불다람쥐' 3. 불 때문에 고통 받는

choonggyuk.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