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혁명] 6번째 대멸종, 핵보다 지구 위협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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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er is real, but fear is choice.
먼 미래, 우주비행사인 사이퍼와 그의 아들 키타이는 특수임무를 띠고 다른 행성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우주선의 고장으로 두 부자는 낯선 행성에 불시착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추락 때 큰 충격을 받은 사이퍼는 두 다리까지 못 쓰게 됩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어린 아들 키타이가 두 동강 난 우주선의 다른 기체에서 조난신호기를 찾아오는 것뿐입니다.
생물 95% 죽인 지구 대멸종, 총 5차례
6번째 대멸종 이미 시작, 인간이 앞당겨
태평양 한 가운데 한반도 3배 쓰레기 섬
허리케인·해일 등 기후변화, 지구의 경고
지구기온 백년간 1도 상승, 6도면 대멸종
지나친 육식 과잉, 한국 20년새 2배 늘어
비만 사망자 연간 300만, 테러는 7000명
키타이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떠납니다. 이 행성엔 각종 맹수와 식인 식물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때 알게 되는 놀라운 사실. 이들이 불시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지구였습니다. 1000년 전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맙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류는 지구를 떠나 ‘노바 프라임’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죠. 반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오염의 주범이었던 인간을 공격하게 진화돼 있었습니다.
조난신호기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키타이는 매 순간 생과 사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 때마다 공포에 떠는 아들에게 사이퍼가 차분히 말합니다. “위험은 현실이야, 하지만 두려움은 선택이지. 현실은 받아들이는 거지만 선택은 네가 결정하는 거야.” 아버지의 진심어린 조언에 용기를 얻게 된 키타이는 이후에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완성합니다.
2013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애프터 어스’의 줄거립니다. 실제 부자지간인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가 사이퍼와 키타이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됐었죠. 감독 또한 ‘식스센스’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희망을 찾아가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통해 큰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영화 속에서 인간이 살 수 없을 만큼 지구가 크게 오염되고, 그런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인간을 죽이게끔 진화됐다는 겁니다. 지구의 입장에선 인간이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자정작용의 일환이었다는 거죠. 즉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이로 인한 환경오염은 지구에겐 하나의 큰 질병이었던 셈입니다. 영화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뭔가 모를 찝찝함이 계속 남아 있는 건 꼭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닐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태평양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며 생겨난 쓰레기들이 모여 거대한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이루게 된 거죠. 전 세계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해류와 해풍을 타고 태평양 한 가운데 모여 쌓입니다. 현재 면적은 70만k㎡로 한반도(22만k㎡)의 3.2배에 달합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만큼 매일 넓어지고 있죠. 만일 지금과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과 비닐이 계속 쌓인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바다는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말겁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매년 ‘생태환경 초과일(Earth Overshoot Day)’을 선포하는데 이는 1년간 지구가 제공하는 생태자원을 모두 써버린 날짜를 뜻합니다. 인간이 지구의 1년 치 생태자원을 모두 써버리기 시작한 건 불과 40년도 안 된 일입니다. 1970년 12월31일이었던 생태환경 초과일은 올해는 8월2일이었고 앞으론 더욱 빠른 속도로 날짜가 앞당겨질 겁니다. 언젠가는 이 날짜가 3월, 2월이 되고 급기야는 1월이 될 날도 오겠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석기시대 인간 1명이 쓰는 에너지는 4000칼로리였습니다. 음식과 주거, 도구 등 하루 동안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포함해서 말이죠. 반면 현대인들은 22만8000칼로리(미국인 1인 기준)를 사용합니다. 옛날보다 먹을거리도 풍부해졌거니와 자동차도 몰아야하고 TV·스마트폰도 봐야 하기 때문이죠. 에너지의 원천인 지구의 자원을 과거보다 인간 1명이 60배가량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인간의 개체 수도 수 십 배 늘었고요.
이처럼 지구는 계속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천재 중 한명으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길게는 100년, 짧게는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지구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영화 애프터 어스의 이야기처럼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떠나야할 날이 곧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은 다른 생물 종을 멸종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학회(ZSL)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은 종별로 평균 58%씩 감소했습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2020년에는 동물 종이 현재의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등이 주된 원인이죠. 생물의 다양성은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삶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그 어디에도 영원한 종은 없습니다. 어느 생명체든 언젠간 멸종을 하고 말죠. 다만 과거엔 자연의 변화에 의해 멸종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과 그로 인한 오염으로 멸종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겁니다. 즉, 인간 스스로 멸종을 자초하고 있다는 이야기죠.
45억년 지구 역사에선 지금까진 5번의 대멸종이 있었습니다. 대략 35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에 나타난 이후 수많은 종들이 생겨났지만 이들 중 99%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특히 4억4500만 년 전 첫 번째 대멸종에선 생물의 절반이, 가장 심각했던 3번째 대멸종(2억5000만 년 전)에선 전체 생명의 95%가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이었던 6500만 년 전 5번째 대멸종에선 당시 지구의 주인이던 공룡이 지구상에서 없어졌습니다.
이처럼 대멸종은 주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기에 멸종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주의 섭리를 거스를 순 없단 이야기죠. 다만 문제는 인간 스스로 멸종을 앞당기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6번째 대멸종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이미 대멸종의 초입에 들어와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입니다. 인간이 대멸종을 앞당기고 있다는 의미를 포함해 지질학자들은 현재의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6번째 대멸종의 가장 큰 신호는 지구온난화입니다. 화석에너지 사용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지구의 기온이 계속 높아지고 있죠. 현재 지구의 온도는 19세기에 비해 약 1도가량 높아진 상탭니다. 지금보다 기온이 1.6도 더 오르면 지구 생명체의 18%가 멸종하고, 2도 오르면 빙하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또 3.5도 오르면 해수면 높이가 7m 상승하면서 바다에 잠기는 나라들이 많아질 겁니다. 최종적으로 6도 이상 오르면 대멸종이 완성돼 모든 인간은 없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수 천만 년 또는 수 억 년 뒤에 지구의 주인들은 6번째 대멸종이 있었던 인류세의 지질학적 특성을 무엇이라고 판단할까요. 지금까지 인간은 지표면 아래 쌓인 퇴적층에서 삼엽충과 암모나이트 등의 화석을 발견해 지질 시대를 구분했죠. 아마도 미래 지구의 주인들은 인류세의 대표적 지질적 특성으로 동물의 화석보다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비닐 등을 떠올리지 않을까요.
실제 지질학자들의 분석에서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인류세의 대표 화석이 닭뼈가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공룡의 뼈가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를 대표하는 화석인 것처럼 현 시대의 대표 화석은 닭뼈가 될 거란 이야기죠. 얀 잘라시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처럼 인류세를 지지하는 지질학자들은 20세기 중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닭 소비량이 인류세의 개념을 규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닭의 수는 1년에 600억 마리에 달합니다. 세계인구(70억 명)로 나누면 1인당 매년 8마리 반씩 먹는 분량입니다. 한국만 해도 치킨과 삼계탕처럼 다양한 닭 요리가 우리의 식탁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닭의 사육이 대폭 늘어난 것과 6번째 대멸종이 무슨 관계냐고요?
물론 닭 자체가 생물의 멸종을 부르진 않습니다. 닭과 소, 돼지 등으로 대표되는 가축이 크게 늘면서 자연 상태에서 생물 종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전 세계의 소는 약 13억 마리, 돼지와 양은 10억 마리 정도가 존재합니다. 반면 동물의 왕인 사자는 4만 마리도 안 되고 판다는 1000여 마리만 남았습니다. 가축화 된 개는 4억 마리에 달하지만 야생 늑대는 20만 마리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식량으로 쓰기 위해, 또 반려동물로 키우기 위해 가축동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거죠.
단순히 숫자가 늘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식용 가축동물(닭·돼지·소·양)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한 해 7기가t이 넘습니다. 전체 온실가스의 14%에 해당하며, 전 세계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양과 비슷합니다. 특히 가축이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배출하는 메탄(3기가t)은 전체 배출량의 44%에 달합니다. 메탄은 열을 공기층에 가두는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강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온실가스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1995년 2억t에서 2015년 3억1000t으로 56% 늘었습니다. 1인당 평균 소비량도 27.5㎏에서 34.1㎏로 증가했죠. 특히 한국은 같은 기간 170만t에서 330만4000t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습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육류 소비량이 2050년에 현재 수준보다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개발도상국가를 제외한 나라들에선 지난 수 십 년 간 폭발적으로 육류 소비가 늘었고, 이는 곧 영양과잉 문제를 야기합니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에서 테러로 죽은 사람은 7697명이지만, 비만 관련 질병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에 달합니다. 인간은 테러·전쟁·핵무기로 죽는 게 아니라 많이 먹거나 또 운동을 하지 않아서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일상생활의 욕심과 나태가 그 어떤 전쟁 무기보다 위험하다는 것이죠.
자,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6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지금, 이전처럼 손을 놓고 있다면 그 시기는 더욱 빨라져 우리의 아들·딸, 손주들이 직접 그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 생전에 대멸종을 겪을 가능성은 낮겠죠.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6번째 대멸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그 때의 후손들은 일찌감치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멸종의 시기를 앞당겨 온 현재의 우리들을 원망하게 되겠죠.
더욱 가슴 아픈 건 이렇게 중요한 이슈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다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 때문입니다. 미래에 다가올 대멸종을, 지금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우리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도자들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겁니다.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하고, 생존하는 게 삶의 목표였던 시대에는 이런 고민을 할 여력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인간혁명이 중심이 돼야 하는 4차 혁명 시대에는 지구와 자연,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2016년 경주에선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지진에 있어서만큼은 안전지대라고 여겼던 한반도에서 발생한 강진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겁에 질리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선 이상기온 현상과 예상치 못한 허리케인·토네이도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해수면 상승과 쓰나미 같은 일들이 많아지는 건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심각한 경고일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함부로 지구를 사용하고, 다른 생물 종을 파멸로 이끌며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우리에게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겁니다.
영화 ‘애프터 어스’에서 아빠가 아들에게 했던 말(Danger is real, but fear is choice)을 조금 변형해보면 현재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앞당기고 있는 멸종의 문제는 선택입니다. 남의 나라 대통령만 뭐라 욕할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에 옮겨 보면 어떨까요. 아무렇지 않게 평소에 쓰는 일회용품과 쓰레기부터 줄여보는 것 말이죠.
#인간혁명은 매주 토요일 아침 업데이트 됩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윤석만의 인간혁명]6번째 대멸종, 핵보다 지구 위협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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